야간버스 Night Bus 키우마르스 푸라흐마드 | 2007년 | 90분 | 35mm | 이란 | 아시아영화의 창
전쟁터에서 적과 우정을 나누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야간버스>를 연출한 키우마르스 푸라흐마드 감독이라면 확신을 실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전장은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잔혹한 곳이지만 한 조각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면 증오가 사랑으로 변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16살 소년 병사 이사는 영국 유학 중 잠깐 고국에 들렀다가 징집된 청년 에마드와 함께 38명의 이라크군 포로를 버스에 태워 포로수용소로 수송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늙은 버스 운전사를 합해 고작 3명의 남자가 38명의 적을 제압하는 일이 어디 쉬울까. 눈을 가리고 입을 막고 총으로 위협하는 중에도 포로들은 어느 순간 그들과 부쩍 가까워진다.
먼지 자욱한 비포장도로와 낡은 버스 안을 주로 비추는 <야간버스>는 비극을 애써 감추려 하지는 않지만 간혹 초라한 배경마저 사랑스럽게 변모시키는 마법을 부린다. 특히 이사가 목마른 적군의 입가로 물을 가져가고 병사들이 그 물을 무엇보다 달게 마시는 모습은 무척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 허겁지겁 물을 넘기는 소리가 보는 이의 갈증마저 해소시킬 정도로 시원하게 들린다. 전쟁과 어쩔 수 없는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결국에는 포로와도 친구가 되는 소년병 이사의 총명한 눈빛이 무척 인상적인 영화. 포로가 부르는 나즈막한 노랫소리, 조의를 표하듯 철조망에 걸려 흩날리는 검은 옷자락 등 충격적인 설정 없이도 영상의 힘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일깨우는 서정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