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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멀리 더 많이, 비행은 계속된다
김도훈 2007-10-04

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프로그래머

0과 80. 월드시네마 섹션을 담당하고 있는 전양준 프로그래머를 읽는 두개의 숫자다. 30은 한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국가들의 영화를 보기위해 인내해야만 하는 비행기 탑승시간, 80은 한해 영화관람수의 근사치다. 칸과 베를린, 베니스만이 그의 주요 목적지는 아니다. 요즘은 부산영화제의 높아진 위상을 증명하듯 여러 나라들이 전양준 프로그래머를 위한 프라이빗 스크리닝을 준비하기도 한단다. 덕분에 비행기 탑승 시간은 늘어났고 관람숫자 역시 치솟았다. "이젠 전 지역을 혼자서 커버하는 건 불가능해서 각 언어권과 지역권 당 전문 프로그래머들을 늘여가고 있다"는 그의 말은 부산영화제의 자부심을 대변한다.

올해 월드시네마 섹션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영화들은 단연 동유럽권 작품들이다. 특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4개월, 3주 그리고 2일>과 유려한 역사극 <남은자는 침묵한다>를 출품한 루마니아의 강세가 눈에 띈다. 전양준 프로그래머는 루마니아 영화의 국제적인 부상이 "열정적인 영화광 세대의 젊은 감독들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루마니아 영화들 외에도 올해 월드시네마 섹션에는 주목할만한 동유럽 영화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이미 영화제 초창기부터 다른 국제영화제들이 경시하는 동유럽 영화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그 결과 동유럽 영화시장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부산을 중요한 무대로 여기기 시작했으니 동유럽 영화의 활발한 소개는 지속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

사실 부산영화제의 메인코스는 언제나 아시아 영화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부산영화제의 국제적인 도약을 위해서는 다양한 비아시아권 영화와 감독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전양준 프로그래머는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비아시아권 참가영화들을 위한 인센티브를 창조해야만 한다. 요즘은 세계영화의 흐름에서 비교적 소외된 동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참가영화들을 위해 펀드를 만드는 건 어떨지 검토중이다". 아무래도 전양준 프로그래머의 30과 80은 조금 더 늘어날 수 밖에 없겠다.

사진 김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