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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만의 후예를 믿는다
2001-02-19

<르몽드> 기자 프로동이 본 한국영화

내가 몇몇 한국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영화제를 통해서였다. 또한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프랑스에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내가 한국영화의 풍부함과 다양성을 발견한 계기는 지난 1993년 퐁피두센터가 주최한 한국영화회고전을 앞두고 자료 조사를 위해 서울을 방문하면서였다. 한국영화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상당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첫 번째로 정치적인 대치상황까지 포함한, 한국 역사에 뿌리를 둔 풍요로운 영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각 세대마다 시대를 같이 하는, 그러나 각기 독자성을 지닌 중요한 작가들이 존재해왔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인물인 임권택 감독뿐만 아니라 이두용, 김기영 감독, 그리고 박광수, 장선우 감독, 마지막으로 홍상수 감독이 핵심적인 인물로 자리잡은 새로운 젊은 세대와 만남을 통해 나는 한국영화가 세계영화의 미래에 핵심적인 요소인 창조적인 활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세 번째로, 이런 예술적인 역동성은 확연히 느껴지는 경제적인 활력과 맞물려 있고 또한 모범적인 자국영화 보호 정책에 뒷받침되어 있다.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영화적인 방법을 통해 고유한 표현을 지켜나가는 것을 포기한 상황에서 이러한 예는 본보기가 될 만하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한국영화의 발견은 동시대 영화의 주요 대륙으로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아시아영화라는 좀더 넓은 틀 안에 자리매김된다.

이제 한국은 자신의 고유한 사회적, 역사적 현실에 뿌리를 둔 영화적인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중국, 일본, 대만 곁에서 비약중인 아시아영화의 한 구성원으로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현재 예술분야에서뿐만 아니라 경제나 동시대 인류학 분야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 분명한 이 사건이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를 통해서 오늘의 위대한 아시아영화들이 서양에서 먼저 싹튼 영화예술의 풍요로운 모더니티 유산 속에 자리를 잡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나는 로셀리니나, 베리만, 고다르, 타르코프스키 등을 계승하는 데 걸맞은 감독들의 대부분이 아시아 작가들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또한 이중 많은 수가 현재와 미래의 한국감독들일 것이라고 믿는다.

장 미셸 프로동/ <르몽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