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프트랜드 영상사업부와 (주)토일렛픽쳐스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씨네21>이 후원하는 ‘All That Horror’ 시나리오 공모전의 수상작이 가려졌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최종적으로 212편(시나리오 170편, 트리트먼트 42편)이 출품되어 열띤 경쟁을 벌였으나 시나리오 부문에서는 당선작을 내지 못했고, 강윤성의 <손님>이 트리트먼트 부문 아이디어상의 영예를 안았다. <손님>은 한 신혼부부 집에 미스터리한 30대 중반의 불한당이 칩입해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장르적인 감수성으로 힘있게 밀어붙이는 스릴러물. 심사위원들은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영화화 가능성 면에서 <손님>이 다른 출품작들을 압도적으로 능가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수상작은 향후 소프트랜드 영상사업부를 통해 적극적인 영화화 과정을 밟아나갈 예정이다.
심사평 이번에 공모된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장르의 공식을 우직하게 밀고나가는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공포에 코미디를 가미하거나, 심리스릴러에 형사물을 뒤섞는 식으로 적당히 아귀를 맞춘 느낌이 강했다. 공포나 스릴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아이디어와 컨셉이다. 이번 작품들은 눈에 확 띄는 아이디어도 많지 않았고, 아이디어가 있어도 마지막 순간까지 끌어가는 경우는 더욱 없었다. <귀신보는 형사>의 설정은 흥미로웠지만 구성이 난삽했고, <그로테스크>는 인물이 두드러졌지만 상황이 너무 관념적이었다. 시나리오보다 눈이 가는 것은 트리트먼트의 <손님>과 <환상지>였다. 하지만 트리트먼트는 아이디어를 조금 발전시킨 정도이다. 아이디어가 훌륭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역시 아이디어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기에 트리트먼트에 더 많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가능성 때문에. 김봉석/영화평론가
다소 주춤세에 놓여 있는 한국영화는 어찌 보면 환골탈퇴의 과도기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나름 장르영화에 충실하자는 나의 영화관은 그래서인지 더욱 확고해지는 듯하다. 처음 공모전을 기획하며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은 어찌 할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지금 공모전을 마치며 나의 머릿속엔 절반의 실패라는 생각이 든다. 시나리오 부문과 트리트먼트 부문을 나누어 공모전을 펼친 결과, 우선 양적 측면은 과히 만족할 만하였으나 독특한 영화적 상상력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어쩔 수 없는 상업적인 잣대는 둘째로 치더라도 작가의 독특하고 참신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깊이있는 내러티브를 구성하지 못한 작품들이 상당히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제 이 땅에 장르영화의 넓이는 확고해졌다는 생각이 위로가 됐고, 그 넓이를 바탕으로 깊이를 더해간다면 이 땅에 장르의 뿌리를 튼실히 심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끝으로 이번 공모전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차후의 공모전에서는 좀더 깊이있는 작품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안병기 감독
그동안 한국공포영화는 찬사보다는 질타가 많은 힘든 여정을 지나왔다. 그 어려움의 한복판에는 늘 ‘한국공포영화에는 좋은 시나리오가 없다’는 지적이 빠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 공모전에 기대가 남달랐던 것도 그런 이유와 더불어 공포/스릴러라는 특정장르만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공모전이었다는 점이다. 응모된 작품 수는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1차와 2차 심사를 거쳐 최종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시나리오 8편, 트리트먼트 4편이었다. 시나리오 부문의 경우 참신한 소재나 압도적인 공포를 전해주는 작품을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대부분의 응모작들이 공포/스릴러장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형사가 주인공인 작품과 코믹물이 유난히 많았다는 점도 이번 공모전의 특징이었다. 트리트먼트 부문의 경우 <손님>, <환상지> <사이버 아르테미스>, <상처>중에서 소재와 이야기의 참신성에서 돋보인 점수를 받은 강윤성의 <손님>을 이견 없이 당선작으로 뽑았다. 시나리오부문의 경우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작품이 없었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 중 상위 3편으로 <그로테스크>, <선샤인 온 마이 숄더>, <귀신보는 형사>를 올려놓고 심사위원 간에 이견이 오갔다. 우수작이라도 선정하자는 쪽과 영화화 가능성이 높은 트리트먼트 부문의 <손님>을 별도의 계약을 하여 실질적인 영화화를 위해 밀어주자는 쪽이었다. <선샤인 온 마이 숄더>와 <그로테스크>는 개연성에 문제가 있었고 <귀신보는 형사>는 힘 있는 서사보다는 에피소드 위주의 이야기전개에 문제를 안고 있어 영화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영화화할 수 없는 우수작을 내는 쪽보다 영화로 만들어지는 실질적 결과물을 내는 편이 공모전의 의미에 부합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공포/스릴러영화는 장르 고유의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동시에 낯선 영역이 될 수도 있다. 공포라는 틀을 만들어놓고 무리하게 이야기를 끌어들이지 말고 그 자체로 공포를 품고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공포코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종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