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래셔 영화의 흥망성쇠> Going to Pieces: The Rise and Fall of Slasher Film 레이첼 벨로프스키, 마이크 보후즈/ 미국/ 2006년/ 90분/ 월드판타스틱 시네마 70년대 말과 80년대의 슬래셔영화 붐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종말을 맞이했는가. 지난 2001년 스크림페스트영화제를 창설한 레이첼 벨로프스키와 마이크 보후즈의 다큐멘터리 <슬래셔 영화의 흥망성쇠>는 슬래셔영화의 역사를 흥겹게 요약정리한 다큐멘터리다. 웨스 크레이븐, 숀 커닝엄, 스탠 윈스턴, 존 카펜터, 톰 사비니, <13일의 금요일>에서 제이슨의 엄마이자 기념비적인 살인마로 등장한 여배우 벳시 파머 등 등 80년대 슬래셔영화의 전성기를 겪었던 사람들이 등장해 당시의 흐름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나이트메어> <13일의 금요일> <할로윈> <프롬 나이트> 등 당대의 걸작 슬래셔영화들의 주요 장면이 기똥찬 편집으로 이어진다. 사실 다큐멘터리 한편으로 슬래셔영화의 모든 것을 집대성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앨프리드 히치콕과 마리오 바바 혹은 세기초의 그랑기뇰로부터 시작해 최근 등장한 ‘고문 슬래셔’에 이르기까지, 슬래셔영화의 전통과 발전경로를 가볍게 짚어보는 데는 이만한 텍스트도 없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스크림>처럼 매끈하게 만들어진 포스트모던 호러영화만을 신봉하고 <제이슨 VS 프레디>를 하찮게 여기는 관객이라면 이 다큐멘터리가 말하는 슬래셔의 가치를 온전히 파악하긴 힘들다. <슬래셔 영화의 흥망성쇄>는 <제이슨 VS 프레디>에도 기쁘게 열광할 줄 아는 진짜배기 슬래셔 팬들을 위한 다큐멘터리이며, 메이저 히트작 외에도 <피의 발렌타인> <프롬 나이트> <해피 버스데이 투 미> <버닝> 같은 80년대 명작들을 재개봉관이나 비디오로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파티다. 기억 속에 숨어 있던 기념비적인 고어장면들이 등장하는 순간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보내도 좋다. 다만, 젊은 날의 로저 에버트가 등장해서 ‘슬래셔영화의 비윤리성과 반여성성’을 역설하는 순간에는 다 함께 야유를 보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