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PIFAN Daily > 11회(2007) > 영화제소식
부천과 사랑에 빠진 호러 마니아
김민경 사진 조석환 2007-07-15

<거울의 저주>의 자리나 압둘라 감독

아름다움은 공포와 맞닿아 있다. “중국도 전통적으로 ‘귀신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더라. 아무래도 아름다운 사람을 보면 빨려들어 갈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에, 아름다움 앞에 두려워하고 위축되는 게 아닐까.” 말레이시아에서 온 호러 영화 <거울의 저주>는 피와 귀신, 환영보다도, 아름답게 단장한 여성들의 매력적인 미소로 공포를 환기하는 영화다. 현대와 과거를 사는 두 여성 사이에 얽힌 저주가 소재인 이 영화는 말레이시아 전통 의상과 가구, 곱게 단장한 여인들의 얼굴 클로즈업으로 진행된다. 그런 <거울의 저주>에서 미술은 영화의 스토리보다도 더 많은 정서를 전달해준다. 1930년대 부호의 집과 화려하게 묘사된 전통 혼례식 장면의 정교함은 정부 대출을 받아 만든 독립영화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자리나 압둘라 감독이 지향한 공포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작품 중 하나가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이라니, 취향을 짐작할만하다.

동남아시아 이슬람권에서 온 이 여성감독은 호러와 판타지 장르의 열렬한 마니아다. “부천영화제는 처음인데, 호러 팬인 내게 정말 환상적인 영화제란 걸 알게 됐다. 호러영화를 잔뜩 보고 갈 생각이다.” 검열에 꽁꽁 묶였던 말레이시아 영화계에서 <거울의 저주>는 최근 2년 일어난 호러영화 붐의 신호탄 같은 영화다. 올해만 해도 벌써 8편의 호러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알잖나. 정부는 해외 영화에 대해선 관대하면서도 자국 영화에 대해선 자의적인 잣대를 갖다 댄다. 그래도 4년 전 개봉한 <폰티아나>라는 여자 뱀파이어 영화 이후 금기가 좀 풀리고 있다.” 부천에 푹 빠졌다는 압둘라 감독은 조만간 다시 아름다운 공포를 들고 이곳을 찾을지 모른다. “차기작은 호러를 피하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자꾸 그쪽으로 흐른다. 어째야 하려나.”(웃음)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