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부터 대학로에서 공연되고 있는 양동근 연출의 <관객모독>이 홍대에도 둥지를 마련했다. <관객모독>은 작가 페터 한트케가 쓴 작품을 지난 1978년 연출가 기국서가 초연해 한국에 소개한 작품이다. 기국서의 동생인 배우 기주봉을 비롯해 송승환, 오광록 등이 출연했으며 양동근은 지난 2005년 공연에 참여해 인연을 맺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들이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전통적인 연극에 대한 비판과 관객을 조롱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관객모독>은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돌림노래를 부르듯이 대사를 이어가고 의도적으로 띄어읽기를 교란시키기도 한다. 또한 극중극을 삼입해 상업적인 연극이 배우들을 이용하려는 모습을 드러내며 극의 마지막에는 관객을 향해 욕설을 던지는 등의 파격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다. 오는 6월 8일부터 홍대 벨벳 바나나 클럽에서 공연될 <관객모독>은 기존 버전과는 달리 클럽의 분위기를 가득 담아내 다양한 음악의 디제잉과 춤, 노래등을 통해 관객의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6월 7일 열린 공개시연회에 참석한 양동근은 "연극을 본 사람들이 자신만의 판단과 생각으로 즐기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
- <관객모독>을 연출하면서 바라게 된 점은? = 내 개인의 만족이나 성공을 위해서 한 작품은 아니다.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어쩌다 보니 연출을 맡게 된 것이다.
- 그래도 관객들이 이 연극을 어떻게 봐주었으면 좋겠다 싶은 건 있을 것 아닌가. = 글쎄, 그건 보고 가는 사람들의 몫이다. 평가라는 것도 관객들 개개인의 지적수준에 따라 높낮이가 다를 것이다.
- <관객모독>을 연출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 딱히 어떤 의도를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냥 이 작품을 좋아해서 했다.
- 첫 연극연출인데 힘든 점은 없었나. =책임감의 무게가 굉장했다. 물론 모든 걸 다 내가 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음악과 안무, 조명등 각 분야의 담당전문가들이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었다. 무엇보다 내 이름이 앞서 나간다는 게 부담스럽다.
- 연출을 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 어떻게 하면 공연문화가 좀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연극에 참여하는 많은 스텝들의 바램이나 소망이 잘 표출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관객모독>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연출까지 하게 된데에는 그만큼 작품에 느낀 매력이 있었을 텐데. =흔히 관객과 배우가 나눠져 있다는 선입견이 있지 않은가. 여기에도 많은 기자분들과 배우 사이에 벽이 있다. <관객모독>은 그런 벽을 트고 서로 너나하면서 만나보자는 연극이다. 그런 것이 나에게도 많은 자극을 주었다.
- 내일이 본 공연이다. 대학로에서도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의 소감은 어떤가. = 기존의 <관객모독>은 내 경험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무게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뭐라고 이야기해야할까. 할아버지 앞에서 웃장한번 까보는 느낌? 할머니 앞에서 바지 한번 내리는 기분일 수도 있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