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일로 줄어든 스크린쿼터가 원상복구 될 수 있는 길을 잃게 됐다. 한-미 FTA 협상테이블에서 스크린쿼터가 ’현행유보’로 결정됨에 따라 스크린쿼터는 이후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다시 늘리지 못하게 되었으며, 또한 스크린쿼터를 추가로 축소할 경우에는 축소된 대로 구속력을 갖게 됐다. 문화관광부는 2일 오후 이같은 내용의 한미FTA문화분야 협상결과와 함께 영화계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을 발표했다. "스크린쿼터의 현행유보는 투자자들의 심리적 위축을 가져와 한국영화제작에 대한 투자 감도를 초래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은 콘텐츠의 매력도와 경기전망 및 수익성 분석을 통해 이루어지 지므로 스크린쿼터 자체의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문화부는 "국내 영화인을 비롯한 문화계에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번 보완책 마련의 배경을 설명했다. 문화부가 발표한 국내 영화산업 보완대책은 크게 4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문화부는 향후 5년간 30개의 투자조합을 결성하여 총 300여편의 한국영화 제작에 투자하고 세계시장 진출용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을 위한 ’성공불 융자’ 및 투자 위험을 담보하는 ’완성보증보험’제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문화부는 문화부가 주관하고 제작자·투자자·극장업계가 참여하는 ’영화산업 협력위원회’(가칭)를 조직, 외화와 한국영화의 부율차별을 개선하고 합리적인 수익배분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보완책에는 영화산업의 선순환구조를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문화부는 문화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영화계가 함께 참여하는 공정경쟁환경 조성 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영화시장의 불공정 사례에 대응하는 한편, 향후 5년간 총 200억을 투자하여 120편의 예술·독립·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지원하는 다양성 영화전문투자 조합을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18개인 예술영화전용관을 2011년까지 70개로 확대하고 2007년 하반기에는 독립영화전용관을 설립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부는 올 하반기 영진위 내에 해외진출전략센터를 설립하여 한국영화 수출을 지원하고, 2011년까지 총 120억을 투입하여 150편의 해외마케팅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현재 프랑스와 체결된 공동제작협정을 중국, 캐나다와도 체결하여 해외시장 확대에도 힘쓰기로 했다. 이밖에도 디지털 시네마 기반 구축 및 IPTV, DMB등 새로운 플랫폼에 맞는 영상콘텐츠를 개발하고, 디지털 제작·유통체제 지원, 기술연구 및 정책개발을 담당하는 영상산업연구소를 설립하는 계획도 이번 보완책에 함께 포함됐다. 한편, 이번 한미FTA 타결로 인해 영화계뿐만 아니라 방송계 또한 타격을 입게 될 조짐이 관측되고 있다. 협상과정에서 한미양국은 방송채널사업자(PP)의 외국인 투자제한을 없애고, 유료방송 콘텐츠 시장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현행 방송법은 보도와 종합편성을 제외한 일반 채널사업자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49%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을 통해 직접투자 제한조항은 유지하되 외국인 간접투자는 지분한도를 100%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미국의 미디어 그룹이 한국에 법인을 세운 뒤 이 법인을 통해 국내 방송채널사업자의 지분을 100%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방송채널사업자의 국산 프로그램 의무 편성비율은 영화의 경우 25%에서 20%로, 애니메이션은 35%에서 30%로 낮춰졌다. 양국은 방송채널사업자의 외국인 개방을 협정 발효 후 3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결정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천영세 의원은 이같은 문화부의 대응에 대해 “이같은 문화부의 발빠른 대응은, 그 만큼 문화부의 협상에 대한 적극성을 보여주는 증거인 동시에, 미리부터 내줄 것은 다 내주었던 문화분야 협상 과정의 실태를 반증하는 사례”라면서 “스크린쿼터 ‘현행 유보’의 경우에는 이미 8차 협상 직후부터 거론되더니 워싱턴에서의 고위급 회담에서는 우리 쪽이 ‘알아서’ 미국 측에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또 방송위원회에 대해서도 “케이블TV산업과 콘텐츠시장의 절대 강국인 미국은 한미FTA 협상 초기부터 PP 진입허용 및 방송쿼터 등을 강력히 요구한 내용”이라며 “그동안 공개도 안하고 비밀리에 대책마련에 열심이더니 결국 준비도 없이 무방비로 협상장에 뛰어든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