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를 한미 FTA 협상도구로 이용하지 마라" 영화인과 국회의원들이 정부의 한미FTA 협상전략을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월23일자 <한겨레>가 보도한 ’스크린쿼터 또 희생카드로 삼나’란 제목의 기사를 접한 이들은 3월26일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크린쿼터 축소와 한미FTA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발표한 정부가 말을 바꿔 스크린쿼터를 협상카드로 이용하려 한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한겨레>가 23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3월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동안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FTA 수석대표간 고위급 협상이 열렸고 한국은 이 자리에서 스크린쿼터를 미래유보에서 현행유보로 양보할 경우 미국이 요구사항에서 뭘 포기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스크린쿼터를 현행유보로 둘 경우, 앞으로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등의 상황에서도 현행 73일인인 스크린쿼터를 더이상 늘릴 수 없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인과 국회의원들은 "스크린쿼터 축소로 한국영화를 죽여 놓고 이제는 부활하지 못하도록 관에 넣고 못을 박겠다는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와 한미FTA협상단은 일방적인 스크린쿼터 축소로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한국영화로부터 한 가닥 새끼줄 마저 거두어 가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또한 이들은 "2005년 10월, 제33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되고, 2007년 3월18일 국제법으로 발효된 ’문화다양성협약’에 찬성표를 던진 한국정부가 현재 16개월이 지나도록 비준을 거치지 않고 있다"며 "한미FTA협상을 통해 스크린쿼터를 축소하고 방송시장, 광고시장, 전자상거래, 지적재산권, 방송통신융합서비스 부문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압력에 (현 정부가) 굴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화인들은 정부의 FTA 협상전략에 대해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정지영 영화감독은 "경제논리로 보더라도 영화는 포기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며 "한류현상을 보더라도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상품이며, 또한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재경부와 외교통상부 관리들이 이런 점을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차승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사장은 "정부는 스크린쿼터가 한미FTA 선결조건이 아니다, 현행유보가 아니다라는 등의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배우 안성기 씨는 "자국영화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푼 나라들 중 살아남은 나라가 없다. 우리만 예외일 수 있다는 생각은 자만이고, 역사를 외면한 처사"라며 "한국영화가 사라지면 지식·영상 서비스 산업의 미래도 밝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의원들 또한 영화인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며 스크린쿼터 사수를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의 천영세 의원은 "이번 달 한국영화 점유율은 27.6%이고 미국영화의 점유율은 65.9%에 이르렀다. 이는 스크린쿼터가 절반으로 축소되면서 한국영화와 미국영화의 점유율이 뒤바뀐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한미 FTA는 해야 한다고 보지만 어디까지나 국익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스크린쿼터는 전 세계에서 자국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시행된 제도 중 유일하게 성공한 제도이기 때문이 미국이 알러지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김원웅 위원장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천영세, 정병국 의원등의 국회의원을 비롯해 영화감독 정지영, 이현승, 김대승, 정윤철과 영화인회의 이춘연 이사장, 제작가협회 차승재 이사장, 영화산업노조 최진욱 위원장, 최용배 청어람 대표, 그리고 영화배우 안성기와 권병길등의 영화인들이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양기환 영화인대책위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은 한미FTA에 찬성 혹은 반대입장을 떠나 여야의원들이 문화의 영역을 상업적 잣대로 재단하지 말라고 한 목소리를 낸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