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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후에도 의미있는 영화 포스터를 만들고자 한다"
글·사진 강병진 2007-03-22

[온라인 인터뷰] 포스터 디자인 회사 스푸트닉의 이관용, 손윤영

"관습을 넘어서, 클리셰를 가로질러" 포스터디자인업체인 스푸트닉이 설립 10주년을 맞아 전시회를 마련했다. 지난 3월 9일부터 오는 29일까지 홍대 앞 이리까페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스푸트닉에서 일하는 4명의 직원들이 각자가 쓴 시놉시스와 사진들로 디자인한 8종의 포스터를 전시하고 있다. 전시회의 제목은 ’70 + 8’. <해변의 여인>, <너는 내운명>, <친절한 금자씨>등 70여개의 영화, 드라마 포스터를 디자인한 스푸트닉의 기존 포트폴리오에 8개의 새로운 포스터를 추가한다는 의미다. "한국영화 포스터의 관성화된 경향을 되짚어 보고 대안을 찾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는 스푸트닉의 이관용 실장과 손윤영 팀장을 만나봤다.

스푸트닉의 이관용 실장(왼쪽)과 손윤영 팀장

- 이번 전시는 어떻게 기획하게 된건가. = 6개월 전쯤, 지난 1년을 기념해보자는 뜻에서 사진을 찍자고 했었다. 기왕 찍는 거 잘해놓고 찍어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일이 커진거다. (웃음) 평소 연말마다 연하장 정도로 이미지를 만들곤 했는데, 이번에는 포스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직원 4명이 각자 2개의 시놉시스를 쓰고, 그에 맞춰 2장씩 포스터를 만들었다. 갤러리를 대여해서 전시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평소 자주 오던 이곳 카페에서 전시하게 되었다.

<베라의 살인> 디자인 손윤영

- 8장의 포스터가 각각의 장르를 가지고 있다. 시놉시스에 직원들 자신의 로망을 담았을 것 같다. = 꼭 그럴려고 한 건 아니지만, 그런 영향도 있을 것 같다. 멋진 검정수트나 등이 파인 드레스는 평소에 입어보기 힘들지 않나.(웃음) 우선은 시놉 단계에서 여러 장르를 표현하고자 했다. 기존에 포스터를 만들때도 시나리오를 읽고서 이야기를 이해한 후 작업에 들어간다. 이번에도 그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포스터 제작회사에 들어온다고 해도 누구나 포스터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전직원이 이번 전시를 계기로 다들 조금씩 성장한 것 같다.

- 전시회를 찾은 주변 사람들은 뭐라고 하던가. = 다들 처음에는 우리가 예전에 만든 포스터들의 패러디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와서 보고는 등장하는 사람들이 어디서 많이 본 배우인데, 그닥 뜨지 않은 배우 아니냐고 하더라. 일반인에게도 희망을 주는 포스터라는 말들이 많았다. (웃음)

- 전시된 포스터를 보면 그동안 하고 싶어도 못해본 표현들을 마음대로 해본 것 같다. = 평생의 숙원을 풀었다고 할까? 이런 작업은 우리도 처음이다. 사진을 찍으신 윤형문 작가님을 비롯해 헤어, 의상, 메이크업을 해주신 분들이 모두 그 분야에서는 대가들이시다. 하지만 대부분 상업적인 작업만 하시다 보니 그 분들도 마음 껏 못하시는 게 있었다. 이번에는 우리가 컨셉만 제공한 후 다 알아서 해달라고 했다. 그분들의 웃는 모습을 이번에 처음 본 것 같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원래 하던 일에 더해서 병행해야 하는 작업이었지만, 참여한 사람들 모두 함께 웃고 놀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사라지지 않는 것들> 디자인 김혜문

- 전반적으로 실험적인 느낌이 강하다. - 8장의 포스터 가운데 반 정도는 익숙하고, 반 정도는 낯설게 느껴질 거다. 그런 반발점에만 다가가고자 했다. 말하자면 기존에 있는 표현이지만, 한국영화포스터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해보고자 한 거다. <베라의 살인>은 피는 없어도 섬뜩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사지절단의 이미지를 사용했는 데, 국내에서는 검열때문에 할수 없는 표현이다. 또 <사라지지 않는 것들>은 영화 <달콤한 인생>의 분위기지만, 인물의 얼굴을 부셔놨다. 역시 국내 포스터에서는 스타마케팅이 강조되기 때문에 해볼 수 없었던 표현이었다.

- 평소 한국영화 포스터가 제작되는 기존의 관행에 가진 불만이 많았나 보다. = 우리나라 포스터들은 텍스트가 넘쳐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온갖 카피들이 난무하다보니, 텍스트가 이미지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넘어선다. 이번에도 타이포 그래피에 대한 실험을 해보려 했다. 이왕이면 텍스트의 과잉을 없애려 했고, 쓰게 된다면 아예 과감하게 가려고 했다. 또한 대부분의 영화포스터들이 스타마케팅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광고 전단지와 영화포스터는 다르지 않나. 배우만 나오는 포스터는 배우들이 영화 홍보 때문에 TV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포스터에는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거나 영화의 본질을 담아야 한다. 단지 한번의 낚시질을 하기 보다는 100년 후에도 영화를 의미있게 추억할 수 있는 포스터를 만들고 싶다.

- 이번 전시가 포스터 디자인이란 분야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을 법도 한데. =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지금은 영화감독을 준비하고 있는 김상만 실장과 함께 회사를 차렸다. 그 전에는 1년에 4,5편 정도 했지만, 회사를 차리니 1년에 20편 정도를 소화하게 되더라. 포스터 디자인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떤 때는 익숙하게 느껴져서 쉽게 가는 일도 많은 데, 또 어떤 때는 전혀 모르겠어서 다시 공부해야할 때도 있다. 새로운 걸 시도해 볼 수 있고, 항상 공부해야 한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