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추천, 마이클 커티스 감독의 <더러운 얼굴의 천사>
시네마테크에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1월 18일부터 시작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초반부터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것. 서울아트시네마 측은 “게스트가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는 상영분은 거의 매진”이라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개막 첫 주말 예매 없이 종로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은 관객들은 대부분 허탕을 치고 발길을 돌려야 할 정도였다. 서울아트시네마에 따르면 1월23일까지 15회차 상영에 2900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서울아트시네마의 상영관은 원래 300석이지만 첫번째 열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되는 좌석은 283석. 결국 지금까지의 평균좌석점유율은 약 70%란 얘기다. 그 사이에 월, 화요일이 끼어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객수는 매우 고무적이다.
서울아트시네마 김수정 사무국장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던 시네바캉스도 평균 관람객이 100명 정도였다. 이번 행사의 관객은 매우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성황의 배경에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로 참여한 박찬욱, 김지운, 류승완을 비롯한 영화인들이 추천한 영화에 대한 기대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대한 관심이 맞물려있다. 실제로 박찬욱 감독이 추천한 <여행자>는 상영 전날인 1월20일 오후 이미 표가 매진됐다. 김 사무국장은 “게스트와의 대화도 영향을 미쳤고, 영화적으로는 그동안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이 다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제의 또다른 의미는 김기영 감독의 영화를 네 편 소개하고, 김기영 감독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포럼을 연다는 것. 김홍준 감독이 만든 김기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감독들, 김기영을 말하다>가 상영된 일요일에는 영화 속에 등장한 다른 영화감독들과 많은 영화인들이 관람객으로 모여드는 풍경을 만들기도 했다. 김홍준 감독은 “고전 한국영화를 시네마테크에서 상영하는 일도 드물지만 그에 대한 포럼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도 처음 봤다”며 흡족해했다. 김수정 사무국장은 “과거에도 김기영 감독님의 <하녀>를 상영하면 사람들이 많이 몰렸지만, 이번 영화제에서는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김기영 감독님의 영화를 관람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트시네마를 후원하기 위해 48명의 작가들이 70점의 작품을 전시한 미술 전시회도 1월23일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16점의 작품판매로 모인 2400만원의 후원금은 앞으로 서울아트시네마의 영화 프로그램 운영에 보태질 계획이다. 이번 영화제는 개막식에서부터 모든 참가자의 입에서 “시네마테크 전용관 확보”라는 현안이 지속적으로 언급됐다. 김 사무국장은 “전용관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개인의 힘을 모은다면 정부나 지자체에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후원금을 모으는 차원도 있겠지만 우리의 의지가 얼마나 결연한 지를 확인시켜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2월 6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계속된다. 김수정 국장은 “웬만하면 사전에 예매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