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사업 전략을 발표한 CJ엔터테인먼트 길종철 전략기획실장
2005년 연말, 김주성 대표가 취임하면서 CJ엔터테인먼트의 인적 구조는 재편됐다. 당시 한국영화아카데미 최초로 프로듀서 전공을 담당하던 길종철 교수도 투자마케팅총괄이라는 직함으로 CJ에 동승했다. 과거 삼성영상사업단 한국영화팀의 1세대였고, <올드보이>의 공동제공자였던 그가 CJ의 실무자로 활동한 지도 1년이 지났다. 어느해보다 부침이 극심했던 2006년을 지나 CJ는 '2007년 사업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올해의 계획을 밝혔고, 그는 전략기획실장으로 명패를 바꿨다. 이례적으로 연간 사업계획을 발표한 배경과 맥락을 길종철 실장에게 물었다.
이례적으로 사업 전략을 발표한 배경이 궁금하다. =2006년은 편수도 많아졌고, 편당 수익율도 저하되서 업계 전체가 어두운 성적을 냈다. 그로 인해 투자자들도 위축됐고, 업계에서도 작년 하반기부터 제작에 들어가는 편수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보며 영화시장이 위축되는 걸 실감했다. CJE는 십몇년을 이 사업을 했기 때문에 위축이 됐을 때 이런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하고 판단했다. 사실 저희는 원래 생각대로 발표했는데 우리 쪽도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외부의 시각이 있었던 것 같다. 지나치게 시장이나 업계가 위축되면 산업 전체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 저희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큰 회사 중 하나인 입장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산업적으로 기해야 하지 않는가하는 시각에서 발표한 계획이다.
한국영화 20편에 800억원이라면 작년보다 증가한 규모로 볼 수 있다. =편수는 정했지만 개별 작품은 발표된 대로 상반기 영화만 정해졌다. 비슷하거나 전년보다 조금 더 투자하는 규모가 될 듯하다. 많이 확대한다는 느낌보다는 큰 변화 없이 간다는 게 적합할 듯하다. 2006년이 거의 최대로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크게 위축되지 않고 원래대로 간다는 계획이다.
메인투자 비율의 문제를 염려하는 시각이 많다. 이를테면 통상적으로 50%를 메인투자했다면 그 비율이 3~40%로 내려서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다. =투자비율의 문제는 사업적으로 어떤 비중이 가장 유리한 지를 모두가 고민할 것이다. 작품에 따라 달라서 우리가 일률적으로 유지한다고 천명할 수도 없고, 우리가 메인투자를 해도 부분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작년에도 CJ는 거의 대부분의 라인업을 메인투자 중심으로 갔고 남들 펀딩을 끼워넣는 영화가 별로 없었다. 메인투자 중심으로 간다는 기조는 변함이 없다. 작년에는 3대 메이저를 제외한 메인투자처가 다양한 편이었다. 재작년 하반기부터 우회상장이나 다른 형태의 자금 확보를 통해 메인투자를 하는 개별 회사들이 있었는데 작년이 그 절정이었다. 성공한 영화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수익율이 저하되면서 그러한 움직임이 심각하게 위축되면서 공백이 생겼다. 영화사들 입장에서는 과거에는 선택의 여지가 많았는데 당장 그것이 제한되니까 불안해지는 분위기다. 그래서 우리라도 원래대로 가는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면 다른 투자자들도 투자를 더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품으면서.
그렇다면 상반기 확정된 영화는 메인 투자비율이나 규모가 전년과 유사하다고 봐도 되는 것인가? =그렇다. 전체 기준은 그대로 유지하는 전략이다. 현재 업계의 예상으로는 108편에서 80편 내외로 줄어든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것을 감안하면 시장상황에서는 CJ의 기조 유지는 상대적으로 과감한 투자로 여겨질 수 있다. 우리는 원래 페이스대로 간다.
해외분야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워너와의 <오거스트 러쉬> 제작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가? =공동제작이다. 제작비투자를 하고 공동배급을 하는 방식. 향후에 구체적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공동제작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이를테면 지분을 부담하고 아시아판권을 받는 방식이나 아니면 지분 대로 수익도 나눠갖는 전통적인 방식도 있다. =투자한 만큼의 수익을 돌려받는 전형적인 공동제작 방식이다. 지분대로 세계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눈다. 상황에 따라 방법은 조율될 수 있을 것 같다.
파라마운트로부터 위탁배급하기로 한 영화가 일곱편으로 확정됐다. =미국 내에서도 새로운 라인업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처음 같이 일을 하는 시기라서 어느 배급규모가 적정한 지를 연구해야 한다. 그 쪽이 조직변화를 꾀하는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파라마운트의 위탁배급으로 인한 배급 편수의 증가를 예측하는 의견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2006년 우리가 배급한 물량이 최대다. 작년 이상으로 배급하는 것은 무리다. 파라마운트의 7편이 모두 대작은 아닐 것이다. 반대로 한국영화는 인디영화를 제외한 영화는 메이저급으로 배급한다. 그렇다면 52주에 적어도 2주 상영을 최소한의 기준으로 계산하면, 26편이 나온다. 적어도 150∼200개 스크린 이상으로 배급하는 영화가 26편인 것이다. 7∼80개 스크린을 확보하는 영화나 인디영화는 비슷한 시기에 배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한국영화 21~23편, 외화 큰 영화 2~3개 정도라고 산정하면 26편이라는 적정규모가 산출된다. 작년에는 이것보다 조금 넘쳐서 시네마서비스랑 공동배급을 취하며 소화했다.
지난 3년간의 적자 구조를 전환하는 게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큰 목표일텐데?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굉장히 좋은 작품을 잘해야 할 것이다. 내부적으로 매년 조금씩 인력이나 구조가 변화됐는데 올해는 그러한 변화가 없기 때문에 쌓아진 역량이 발휘된 시점이다. 마케팅이나 배급 같은 실무 분야도 마찬가지다. 해외사업도 기본적인 구조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다. 큰 그림에서 CJ엔터테인먼트가 가진 전략 기조는 크게 변화가 없었다. 장기적인 사업전략을 그리는 측면에서는 전략적으로 입장을 견지했다. 한국영화시장만 놓고 보면, 그렇게 수익성이 높을 수 없는 형편이며 게다가 지금은 포화상태에 가까워져 있다. 장기적으로 투자를 계속 하면서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이 사업을 왜 해야하냐는 근본적인 의문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인력과 구조가 바뀌면서 적립이 된 과정이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회사의 수지도 개선되고 전략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2005년 12월 투자마케팅총괄 분야를 맡아서 입사한 지 1년이 흘렀다. 변화가 극심했던 충무로의 중심에서 보낸 1년에 대한 소감이 있다면? =여전히 산업화라는 화두가 문턱에서 잘 넘어가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십여년전에 삼성영상사업단에서 일할 때도 그게 가장 큰 화두였다. 산업화가 안되면 큰 회사가 이 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 CJ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여기와서 1년간 일하며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 CJ가 산업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회사라는 점이었다. 인프라를 통해서 단기적인 이익을 뽑는 구조였다면 개인적으로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산업화의 큰 틀을 바라보는 기조를 가졌다는 점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한국영화 해외수출의 거품이 급격히 꺼지면서 아시아 권역에서라도 뭔가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던 상황이 무너졌다. 해외사업에 대한 더욱 정교한 사업전략이 필요하다고 느낀 한해였다. 그것은 금년도의 가장 큰 과제로 남았고 CJ엔터테인먼트가 앞장서서 돌파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