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도서
<백야>,16년 만의 귀환
2001-02-16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화이트 오크 댄스 프로젝트’ 내한공연

LG아트센터/ 2월9일 8시, 2월10∼11일 6시

LG아트센터/ 02-2005-0114

<백야>에서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춤을 보여준 러시아 출신 무용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그의 현대무용집단 화이트 오크 댄스 프로젝트 공연차 한국에 온다. 바리시니코프의 내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리시니코프는 1974년 캐나다 공연도중 미국으로 망명한 이래 미국무용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1980년부터 1989년까지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예술감독을 맡았고, 그 직책을 사임한 후 마크 모리스와 함께 화이트 오크 댄스 프로젝트를 창단했다. 안무가로부터 작품을 받아 공연하는 레퍼토리 무용단인 화이트 오크 댄스 프로젝트는 상임 안무가 마크 모리스를 위시하여 마사 그레이엄, 머스 커닝햄, 모리스 베자르, 케빈 오 데이, 폴 테일러, 트리샤 브라운, 트와일라 타아프 등 현대무용의 쟁쟁한 안무가들로부터 40여편의 작품을 위촉받아 이제까지 세계 30여개국에서 600회가 넘는 공연을 해왔다.

1948년 구소련의 리가에서 태어난 바리시니코프의 삶은 춤의 기쁨만으로 모두 가리기에 힘든 어두운 것이었다. 열두살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자살을 겪고 육군 장교였던 아버지와도 떨어져 지내던 그가 일찍이 발레에 생을 걸었던 것은 천재의 재능이 발현되는 과정이었지만, 동시에 불행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행로였다. 레닌그라드발레단의 빛나는 발레리노였고 스물여섯살에 서방으로 망명, 쉰셋의 나이인 지금 발레를 넘어 현대무용가로서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의 얼굴엔 예술적,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깊은 우울이 배어 있다.

2월9일부터 사흘간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는 발레리노로서의 전성기에 보이던 고난도 테크닉보다는 현대무용가로서의 해석적 기량을 주로 선보일 예정이다. 루신다 차일즈의 , 존 제스퍼스의 , 데이비드 고든의 , 에이미 오브라이언의 , 루시 게린의 등 쟁쟁한 안무가들의 작품이 그를 포함한 7명의 무용수들에 의해 공연된다. 마크 모리스가 안무한 독무작품 의 무대도 꾸민다. 화이트 오크 댄스 프로젝트는 대부분 머스 커닝햄 스튜디오,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 뉴욕시티발레단 등 유수 무용단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바리시니코프 역시 수차례의 무릎부상에도 불구하고 엄격히 재능을 관리해 와 이번 공연은 오랜만의 진귀한 춤을 기대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깎아낸 듯 분명한 초점과 명료함을 지녔고, 또 지적인 바리시니코프의 무용은 현대무용에 대한 통념을 초월한다”고 무용평론가 로잘린 술커스는 말한 바 있다. <백야>(1985)를 본 게 언제였던가 싶은 지금, 어느새 2001년. 초로의 현대무용가가 돼 한국을 찾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를, 그의 춤을 보는 것은 또 한번의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리라는 예감이다.

최수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