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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베를린을 사랑해
2001-02-16

◈ 베를린, 최근 영화 촬영지로 인기끌어

베를린 동부역이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영화니까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차역들이 다 공항구실을 제대로 해내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점에서 엄청난 변신의 잠재력과 다양한 도시경관을 자랑하는 베를린이 영화산업 기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베를린에서 촬영중인 독일영화 <커머셜 맨>은 작품배경이 프랑크푸르트지만 야외촬영의 90% 이상을 베를린에서 해결하고 있다. 다양한 건물양식과 시대배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베를린 특유의 분위기 덕택이다. 컬럼비아영화사 독일법인의 제작자 안드레아 윌슨은 950만마르크(약 60억원) 예산으로 베를린에서 <에밀과 탐정>을 촬영하다가 아예 열렬한 베를린 예찬자가 되었다. 뉴욕이나 파리의 경우, 촬영허가 신청에서 시작되는 관공서와의 줄다리기는 물론이고, 작품에 적합한 촬영장소를 물색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반해, 베를린 시정부는 별 트집 안 잡고 촬영허가를 척척 내주는 데다가 워낙 도시분위기가 다양해 작품에 적절한 촬영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영화공사의 클라우스 힌터라이트너는 베를린 곳곳에서 매일 40건 이상 야외촬영이 진행된다고 말한다. 매스미디어 도시로 유명한 함부르크의 25건이나 쾰른의 13건을 훨씬 웃돈다. 촬영허가 신청 역시 1999년에 비해 2000년에는 무려 74%나 증가했다. 이렇게 베를린이 야외촬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 도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색깔 때문이지만, 냉전시대 이데올로기 대립의 중심지로 동구와 서구의 갈등, 공산주의 붕괴 등 20세기 후반 역사를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 도시가 제공하는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영화인들을 매료시키는 것도 물론이다.

뮌헨에 독일법인을 두고 있던 컬럼비아영화사는 일찌감치 베를린 포츠담광장의 소니센터로 이사했다. 영화도시로서 베를린의 잠재력을 간파한 소니 회장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제작자 윌슨은 베를린의 경우 한 도시 내에서 다양한 배경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제작시간을 단축시킬 뿐 아니라 이동에 소요되는 경비를 줄임으로써 예산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포츠담에 있는 영화대학과 베를린 영화아카데미가 공급하는 충분한 인력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라고 부연한다.

영화산업 수익면에서 지난해 베를린은 뮌헨(32억마르크), 함부르크(20억마르크)에 이어 3위(8억마르크)를 차지했다. 독일 상공회의소가 베를린 영화제작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분의 2가 앞으로 계속 투자액을 늘릴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유럽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바벨스베르크 영화스튜디오와 더불어 도시 전체가 야외촬영소로 각광받고 있는 베를린이 유럽 최고의 영화산업 기지로 부상할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베를린=진화영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