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이단아 로버트 알트먼 감독이 세상을 떴다. 향년 81세. 샌드캐슬5는 현지시간으로 11월21일 알트먼이 LA의 한 병원에서 유명을 달리했다고 발표했다. 사인은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암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알려졌다.“(얼마 전) 그는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초조해 보이긴 했지만…(중략)…우린 다음 작품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함께 웃고 즐겼다”(메릴 스트립) <LA타임즈> 등 현지 언론들은 그와 오랫동안 작업했던 배우들의 애도를 앞세워 추모를 더하고 있다. 할리우드와 삐딱한 거리두기를 유지했던 알트먼 감독은 올해 초 아카데미 공로상을 수상한 자리에서 감독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10년전 심장이식수술을 받았으나 일부러 공개하지 않았다”는 속엣말을 털어놓기도 했다. 얼마전 국내에서 개봉한 <프레리 홈 컴패니언>은 그의 유작이 됐는데, 영화사는 제작 당시 고인의 고령을 염려해 건강 악화시 폴 토마스 앤더슨이 연출 바통을 이어받는다는 계약까지 치렀다.
1957년 <전과자들>로 데뷔한 뒤 10년 넘게 TV 시리즈 연출에 매달렸던 그가 영화계로 컴백, 존재를 드러낸 것은 1970년 <야전병원 매쉬>를 내놓으면서부터다. 비난 여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야전병원 매쉬>는 “영화광을 위한 잔치”라는 평단의 지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했고, 칸 영화제 대상까지 거머쥐었다. 흥행성적도 좋은터라 알트먼은 1970년대 내내 <맥게이브와 밀러부인>과 같은 서부영화부터 <내쉬빌> 같은 변형 뮤지컬 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에 손댈 수 있었다. 1980년대 들어 자신이 직접 차린 제작사가 몰락하는 등 난관이 없지 않았으나 그는 1992년 <플레이어>와 이듬해 <숏 컷>을 내놓으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서도 <고스포트 파크><더 컴퍼니><프레리 홈 컴패니언> 등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왔다. 수많은 인물군상들이 다채롭고 입체적인 앙상블을 맘껏 뽐낼 수 있도록 프레임을 열어두는 거장의 솜씨를 이젠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