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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작가 영화의 지도그리기
2006-10-16

광기와 강박의 세계부터 중국 퀴어영화까지

작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이루어지는 특별 프로그램인 <아시아 작가 영화의 새지도 그리기 2> 에서는 이란의 아미르 나데리, 인도의 V.샨타람, 중국의 추이즈언 감독의 작품 16편이 소개된다.

<달리는 아이들>

이란에서 활동하다가 1980년대 이후 미국으로 이주한 아미르 나데리는 지금(실제로 지금도 2편의 영화를 기획, 촬영 중이어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되는 그의 작품은 이란에서 만들어진 <하모니카>, <달리는 아이들>, <물, 바람, 먼지>와 뉴욕에서 제작된 <A,B,C 맨해튼>, <마라톤>, <사운드 배리어> 6편이다. 배경은 이란의 사막에서 번잡한 뉴욕의 거리로 변했지만, 그의 인물들은 여전히 불안하게 달리고 도망치고 찾아 헤매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의 영화에서 드러나는 강박에 사로잡힌 인물과 고통스러운 이미지들은 나데리의 영화 제작 과정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아미르 나데리는 촬영장에서 스탭들과 배우들을 극한 상황까지 몰아넣고 악에 받힌 연기가 나올 때까지 고함을 질러대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란-이라크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아바단의 도시에서 촬영되었던 <달리는 아이들>(1985)은 거리에 폭탄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하고서야 촬영을 중단했을 정도였다. 이런 극단적인 제작 환경은 영화 속 이미지뿐 아니라 관객들의 관람 경험에도 고스란히 연결된다. 말 그대로 아미르 나데리는 영화를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견딜 것을 요구한다.

이란의 거리에서 한푼 이라도 벌기 위해 애쓰는 고아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달리는 아이들>은 다분히 자전적이다. 소년의 지독한 고집은 차라리 광기처럼 느껴진다. 구두닦이 도구를 훔쳐간 오토바이 탄 사내를 쫓아 달리는 긴 시퀀스는 감독의 집착과 강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후 1989년 <물, 바람, 먼지>를 마지막으로 이란을 떠난 나데리는 뉴욕으로 거처를 옮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며 잡음으로 가득한 뉴욕이야말로 강박적인 인간을 묘사하기에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욕에서 만든 그의 영화들은 도시를 괴기스러움과 하층민, 학대 받는 인간들로 가득한 정글로 묘사한다. 외로움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도시에서 그의 인물들은 여전히 미지의 무엇인가에 대한 끝없는 추적을 계속하고 광기에 빠져 끊임없이 움직인다.

아미르 나데리의 영화에서 발견되는 다른 특징은 거듭되는 영화 사운드의 실험이다. 지하철의 소음 속에서 퍼즐을 푸는 <마라톤> (2002)에서 고조되는 앰비언스의 불협화음과 아파트의 침묵이 보여주는 극명한 대조 혹은 죽은 어머니를 찾기 위해 테이프를 뒤지는 청각 장애인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운드 배리어>(2005)는 관습적인 사운드를 뛰어넘는 청각적 환기를 경험하게 만든다.

1921년 무성영화 시대부터 1984년까지 영화 제작을 계속한 V. 샨타람은 인도영화계의 거인으로 묘사된다. 영화 제작의 다양한 분야에 골고루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감독뿐 아니라 편집자, 배우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또한 영화 기술의 발달에 몹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30년대 독일의 영화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 UFA 스튜디오를 직접 방문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 결과 일찍 유성영화를 제작하였으며, 인도 최초의 컬러 영화를 만들고, 1935년에 텔레포토 렌즈를 사용하고, 70mm 필름을 배급하기도 했다.

추이즈언 감독

그는 영화를 통해 결혼 지참금, 교도소 개혁, 성직자의 몰락 등 식민지하의 인도와 독립한 인도 공화국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들을 폭넓게 다루었다. 이번에 상영되는 <예기치 못한 일>(1937)은, 유아결혼을 다루었다는 이유로 당시 인도 내에서 상영이 금지되기도 했다. 그는 자유주의적이고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독립한 인도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조명하면서, 영화가 무엇인가와 영화가 무엇을 다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지만, 결코 주류 영화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진지한 주제와는 별도로 음악과 춤을 주제로 하는 영화들도 다수 제작하였는데, 대중적인 뮤지컬을 통해서 흥행성와 대중성을 유지하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댐 건설을 둘러싸고 종교가 다른 두 친구의 갈등을 그린 <이웃들>과 함께 소개되는 일본 식민시대의 중국에 파견된 의료진의 일대기를 그린 <코트니스 박사의 여정>과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작인 <두 개의 눈동자와 열 두개의 손>에서는 감독뿐 아니라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해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그의 아들인 키란 샨타람은 아버지의 영화제작에 30년 동안 조감독으로 일했으며, 올해 소개되는 <샨타람의 초상>은 딸 마루라 자스라이가 직접 만든 샨타람의 영화 세계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중국 퀴어 영화의 대표주자인 추이즈언은 강의 시간에 동성애를 거론했다는 이유로 최근 베이징 영화 학교의 교수직을 박탈당했다. 극단적인 호모포비아가 만연한 중국에서 공공연히 퀴어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추이즈언의 최근 작품인 <스타어필>, <꽃피는 계절에 시들다>, <억제>는 그가 설립한 DV 스튜디오에서 제작되었으며, 디지털 영화 제작이야말로 공식적으로 중국 내에서의 영화 제작이 금지된 그에게 유일한 탈출구이다. 추이즈언은 ‘커밍 아웃’이 주는 트라우마나 국가의 호모포비아에 대해 언급하거나 자기연민의 피해의식에 빠지는 대신, 성적 성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사실과 허구 사이를 오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추이즈언과 그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유보를 포함한 배우 3명을 초청하였으며, 토니 레인즈가 참석하는 대담을 마련하여 중국에서의 퀴어 문화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From a World of Madness and Obsession to China's Queer Cinema?

Continuing from last year, PIFF's, "Remapping of Asian Auteur Cinema 2" introduces 16 films from Iran's Amir Naderi, India's Rajaram Vankudre Shantaram and China's Cui Zien.

From Naderi come six films, three made in Iran, <Harmonica>, <The Runner>, and <Water, Wind, Dust>, and three made after he immigrated to New York, <A, B, C…Manhattan>, <Marathon>, and <Sound Barrier>. His possessed characters and painful images arise directly from his production process, as in <The Runner>, shot during the Iran-Iraq war, where shooting was interrupted by falling bombs. This impacts not only the images, but the viewers as well. You can't simply watch his films, you are demanded to endure them.

The young orphan of <The Runner> is quite autobiographical. His intense persistence verges on insanity. When the runner runs after a thief on a motorbike, Naderi’s own stubbornness is perfectly portrayed. After moving to New York, Naderi depicted the city as a jungle, with characters engaged inendless quests, chasing unknown targets to the point of falling into madness. Naderi’s other specialty is his sound experimentation. Exceeding convention, he creates auditory awakenings, as in <Marathon>, where a sharp contrast is created between an ambient cacophony and the silence of an apartment, and in <Sound Barrier>, where a deaf-mute searches for his dead mother’s audio tapes. From 1921 until 1984, Shantaram was a Indian cinema titan, working as a director, editor and actor. He also developed film technology, creating the earliest sound films and making India’s first color movies. He confronted socialissues, addressing dowries, prison reform, clerical corruption, India's colonial past and the development of the Republic. Screening at PIFF 2006 is his 1937 work, <The Unexpected>, a film banned in India for dealing with child marriage. Though he employed a liberal and feminist perspective, he never abandoned the mainstream and his musicals were extremely successful. He also appeared as the main character in <Neighbors>, <The Journey of Dr. Kotnis>, and <Two Eyes and Twelve Hands>, winner of the Berlin Silver Bear. PIFF 2006 also introduces <Portrait of a Pioneer>, a documentary about Shantram's cinematic world, directed by his daughter, Madhura Jasraj, and produced by his son, Kiran Shantaram, who worked as his father’s assistant director for 30 years.

Cui Zien, a prime representative of China's queer cinema, whose films are prohibited from public productionin China, has set up his own "DV Studio," where he produced such digital films as <Star Appeal> and <Withered in a Blooming Season>. More than addressing society’s homophobia or the trauma of "coming out", his works employ a style that weaves between truth and lies, acknowledging the fluidity of sexual inclinations. Chui and three of his actors are also scheduled to discuss the growth of Chinese queer cinema in a PIFF panel with film critic Tony Rayns.

옥민아/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총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