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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스타> 첫 공개
이종도 2006-09-07

이준익 감독표 코미디의 안착. 안성기, 박중훈 주연의 <라디오 스타>가 9월7일 서울극장에서 기자시사회로 첫 전파를 내보냈다. 1988년 <비와 당신>으로 가수왕에 등극했던 왕년의 스타 최곤(박중훈)이 몰락 끝에 미사리 등을 전전하다가 강원도 영월 중계국에 라디오 DJ를 하러 내려간다는 이야기다. 매사 욱하는 성격에 사고를 저지르는 최곤을 감싸 안으며 20여 년간 매니저 노릇을 한 박민수(안성기)와 최곤의 우정이 이야기의 골격을 이룬다. 시사회에선 제작자인 정승혜 대표부터 이준익 감독, 박중훈, 안성기, 최정윤, 정규수 등과 더불어 영화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록밴드 노브레인이 몰려나와 인사를 전했다. 박중훈은 ‘이 영화로 안성기 선배와 제가 일어서야 한다’고 농담을 던졌고 안성기는 ‘나는 계속 일어나 있었다’며 화답했다. 소박한 무대 인사 반응과 달리 영화 시작 뒤부터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달마야 놀자>부터 이준익-정승혜 대표가 이끄는 씨네월드의 중요 작품을 함께 한 최석환 작가의 <라디오 스타>는 최석환 작가가 우연히 길을 잘못 접어들었다가 전파 송출을 멈추고 문을 닫은 KBS 영월 중계국을 접하면서 탄생했다. 만약 한물간 록가수가 이곳으로 라디오 DJ를 하러 내려온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물음에서 영화가 비롯된 것.

미사리 무대에서도 대접을 받지 못하던 최곤이 10년 넘게 방송도 하지 않던 영월 방송국에 내려와 역시 원주방송국에서 쫓겨내려온 강석영 PD(최정윤), 원주방송국과 통폐합만을 기다리던 지국장(정규수)과 함께 마지 못해 ‘오후의 희망곡’ 방송을 시작한다. 형식적인 멘트도 없이 다짜고짜 험한 말과 돌발사태를 일으키던 최곤은 의외로 신선한 청취자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패배주의에 젖어있던 방송국 사람들은 힘을 낸다. 최곤을 숭배하는 영월의 록밴드 이스트리버(노브레인)가 군데군데 끼어들면서 웃음의 주파수를 높인다. 거칠고 시원한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와 함께 영월 소시민의 일상을 몽타주한 대목은 이 영화의 압권. 청취자의 반응과 최곤의 예측불허 방송이 날줄과 씨줄로 얽혀 들어가며 관객을 들었다 내렸다 하는 이준익 감독의 수완이 돋보였다. 뜨악하게 처음에 제작진을 맞이한 관객은 뒤늦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시사회 첫 인상

이준익감독스러운 작품이다. 무대인사에서 박중훈이 농담으로 이준익 감독이 깊어질수록 촐랑거린다고 했는데 영화가 설렁설렁하고 헐렁하면서도 마음 편하게 해준다. 단순한 이야기인데 긴장하기 않고 안성기가 극중에서 말한대로 ‘릴랙스하게’ 해준다. 너무 꽉차게 영화를 만들지 않고 숨을 쉴 수 있어서 좋았다. 안성기 박중훈의 영화이기도 한데, 두 사람이 약간 비슷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둘 사이의 오랫동안 쌓인 친분이 시너지 효과로 나타났다. 다른 배우들의 어색할 수 있는 연기도 잘 붙었다. 강원도 영월의 지역성도 주목할만한데 변두리성이라고 할까, 이것이 영화의 중심에 배치되는 수준을 넘어서서 독자적인 매력을 가질 수 있게 그려놓은 부분을 사고 싶다. -한겨레 김은형

스타와 매니저와의 관계가 나오는 영화들은 꽤 있지만, 대게는 <젊은 남자>, <레이>, <X됐다, 피스통> 처럼 스타의 입장에서 이용을 당했네 말았네, 의리를 지키네 마네, 하는 이야기가 주종이다. 간혹 <제리 맥과이어>처럼 매니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도 있지만, 그런 경우 스타의 입장은 또 너무 축소된다. <라디오 스타>는 이기적이고 철없는 스타와 이를 뒤치닥거리하며 보살피는 매니저의 수십년에 걸친 끈끈한 우정을 그린 영화이다. 방점은 매니저에게 더 가 있다. 그점이 이 영화를 따뜻하게 느끼게 하는 원천이라 생각한다. (정말 보면서 내게 그와 같은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지 생각하게 ? 홱?) 또 왕년의 락스타가 지방 방송국에서 재기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향수나 농촌 오리엔탈리즘에 심하게 기대고 있지 않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고 싶다. 안성기, 박중훈이라는 두 배우의 무게감과 '노브레인'의 경쾌하게 '맛간'이미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근래 도식적인 연기만 보여주었던 배우 안성기의 진솔한 연기가 너무나 보기 좋다.) 앞에서 웃기다가 뒤에서 울리는 영화들은 많지만, 한 장면안에서 웃기면서 동시에 울리는 영화는 귀하다. <라디오 스타>는 웃으면서 동시에 눈물을 흘리는 기묘한 경험을 제공한다. 관습적인 요소에 기대지 않으면서도 익숙한 정서를 훈훈하게 불러 일으키는 영화 <라디오 스타>는 독창적인 시나리오에 '간지나는' 연출이 뽑아낸 수작이라 할 만하다. -영화평론가 황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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