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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증이 없으면 카메라를 들지 말라고?
김수경 2006-07-26

카메라를 든 독립영화감독, 기자증이 없다고 연행

7월 25일 기자회견 및 항의

기자가 아니라면 카메라도 들지 마라. 경찰이 FTA 반대시위 농성을 지지하는 노동자와 학생들을 촬영한 독립영화감독을 ‘기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연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7월 12일 광화문 동아일보사 일민미술관 건물 옥상을 ‘한미FTA 반대, 노동탄압 중지’라는 구호와 함께 노동자 40여명이 점거했다. 이들을 지지하는 학생과 노동자들이 건물 아래에 모인 모습을 촬영하던 문성준 감독이 경찰에 연행됐고 10시간 넘는 인신구속 끝에 그날 밤에야 풀려났다. 문감독 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인 한명도 카메라를 들었다는 이유 만으로 연행됐다”고 한다. 150여명이 연행되는 과정에서 “연행은 면했지만 위협을 느꼈던 일반인도 다수 있었다”고 문감독은 말했다. 문성준 감독은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집단 다큐인에서 활동중이다. 그는 2003년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꼬빌과 비두의 험난한 한국생활을 다룬 <스탑 크랙 다운>이라는 독립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독립영화인들과 시민운동 활동가들은 7월 25일 오전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에 강하게 항의했다. 원승환 한국독립영화협의회 사무국장은 “누구나 취재할 수 있고 촬영할 자유가 있다. 액세스권이 법적으로 보장이 되어 있는데 기자증이 없다고 취재를 막는 일은 말도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 날도 문제는 발생했다. 경찰측은 민원실을 통해서 정당하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는 소수 인원을 백여명이 넘는 전경을 동원해 힘으로 몰아냈다.

문성준 감독은 “일반적인 인신 구속이 너무 경찰 편의위주이며 자의적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누구나 카메라를 들 수 있는 시대인데 카메라 소지를 이유로 구금하는 일도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무집행이 정당하다면 그것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문감독과 한독협을 비롯한 시민 단체는 향후 법원 소송 뿐 아니라 인권위원회에 문제제기를 통해 이러한 표현의 자유와 액세스권을 침해하는 인신 구속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