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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축소 괴물’과 사투 2~3년 뒤 코너 몰린다

7월1일부터 의무상영일수 줄어

지난 1월 말 정부의 발표에 따라 7월1일부터 한국 영화 의무상영일수(스크린쿼터)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스크린쿼터 축소는 한국 영화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당장 큰 변화를 낳을 가능성은 적지만, 2~3년 뒤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스크린쿼터 얼마만큼 줄어드나=지금까지 스크린쿼터는 1년의 5분의 2로 146일이었다. 이게 7월부터 1년의 5분의 1인 73일로 줄어든다. 그럼 올해 2006년에는 며칠이 적용되느냐에 대해 문화관광부는 1~6월의 5분의 2, 7~12월의 5분의 1을 더해 109일로 확정했다. 쿼터 준수 여부에 따라 지금까지는 의무상영일수에서 최고 40일을 감경해 주었는데, 올해는 최고 23일까지 감경이 가능하다.

한국 영화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어선 최근 3년 동안 쿼터를 지키지 못해 고발된 극장은 거의 없었다. 여기서 쿼터가 더 줄어든 만큼 당분간 쿼터는 극장에 부담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모든 극장의 관객점유율이 같다고, 다시 말해 연중 상영일수의 비율이 시장점유율과 같다고 가정하고 지난 1~5월 관객 추이를 기초로 거칠게 환산해 보면 5월까지 올해 쿼터 109일의 74%를 벌써 채운 것으로 추산된다.

‘축소’ 먼저 받아들인 정부 FTA협상 관련 부담 클듯

쿼터 축소와 한국 영화 산업=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영화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다수 영화인들은 쿼터 축소의 여파가 2년반쯤 뒤에 나타날 것이며, 그 방향은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한국 영화 시장점유율은 60%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0%보다 높지만 지난해는 1~5월에 29편이 개봉한 반면 올해는 41편이 개봉했다. 또 영화를 한 편씩 놓고 보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영화의 비율이 커졌다. 그러니까 올해는 양으로 점유율을 채웠을 뿐 수익률은 하락했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 마케팅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한국 영화의 마케팅 비용을 높이도록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오기민 아이필름 대표는 “최근 들어 영화 투자를 당분간이라도 중단하는 게 수익률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판단하는 영화 투자 펀드 운영자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작비는 상승하는데, 투자는 저하되는 상황이 이어지면 한국 영화는 양적, 질적으로 모두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쿼터 축소는 영화 산업에 또 하나의 불안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강우석 감독은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는 느낌이 오고 있다, 몸살까진 오지 않아도 감기 기운이 느껴진다”며 “제작비가 할리우드의 10분의 1도 안 되는 한국 영화는 영원히 경쟁이 불가능한 건데, 점유율이 일시적으로 올라갔다고 쿼터를 줄이는 게 답답하다”고 말했다.

“제작비 상승속 투자 하락 한국영화 질·양적 저하 우려

쿼터 원상회복 가능할까?=쿼터 축소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한-미 자유무역협정 논의 과정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말 로버트 포트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한국 쪽에 이 협정 협상을 제안하면서 쿼터 축소를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이에 따라 영화인들은 이 협정의 반대운동을 통해 협정을 결렬시키고 쿼터를 원상회복시킨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반면 정부 쪽은 쿼터 축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연동돼 있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문화관광부 김태훈 영상산업과장은 “지난 1월말 정부가 쿼터 축소를 발표할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뿐 아니라 여러 양자간, 다자간 무역협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밝혔다”며 “또 양국간 협정이 교착상태에 빠지더라도 결렬 선언을 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쿼터를 원상회복할 계기가 잡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협정 체결은 안 되고 쿼터만 줄인 상태가 오래가는 것은 정부에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결국 그 부담을 내년 대선 후보와 차기 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