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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 “김홍준 전 위원장 명예회복돼야”
문석 2006-06-19

이장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집행위원장이 공식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PiFan 정상화 노력에 대한 집행위원장의 소견’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자들에게 보내왔다. 원고지 20매가 넘는 장문의 글에서 이장호 위원장은 집행위원장직을 맡은 뒤 벌어졌던 일과 영화제 정상화 노력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특히 “당시 임기가 남은 집행위원장을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해임한다는 안건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제1회부터 함께 일했던 창설 멤버로서 오늘의 PiFan을 있게 한 공로자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은 더욱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당시 해촉됐거나 사퇴했던 “프로그래머와 인터넷 팀원 등 실무진들에게도 원한다면 다시 PiFan에서 손잡고 일할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그는 이어서 “이사회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항의를 표시하고 사퇴한 신우철, 정일성, 이춘연, 이미례 등 전 조직위원들에게도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전하며 다시 PiFan으로 돌아오시길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이 글에서 지난해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이 부천시로부터 일방적으로 해촉당하면서 시작됐던 PiFan의 파행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아직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5월13일 집행위원회에서 부천영화제에 대한 영화인들의 의견을 수용한 ‘PiFan 정상화를 위한 보고서’를 작성해 조직위에 제출했고, 그 안에서 집행위원들이 요구한 것은 ‘지난해 파행에 책임이 있는 이사회의 총사퇴’와 ‘지난해 파행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전집행위원장 등의 명예회복 등’이었다고 밝혔다. 결국 이에 따라 6월16일 임시총회에서 이사회에 관한 정관을 개정, 조직위원회 안에 이사회를 없앴으며 이로써 “앞으로 조직위원회는 전체 조직위원이 임원이 되는 임원회의와 총회에서 예산과 결산에 관한 결정과 그 사업 등의 승인을 주요 업무로 하고, 모든 집행의 실무와 책임은 집행위원회가 담당하는 정상적인 영화제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장호 집행위원장은 6월20일 열리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작년 영화제 파행 사태에 관해 공식적으로 한국영화인들과 영화관객들과 부천시민들에게 사과드릴 것”임을 밝혔다. 아래는 이장호 집행위원장의 글 전문이다.

PiFan 정상화 노력에 대한 집행위원장의 소견

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2006)의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장호입니다. PiFan은 6월 16일 임시 총회를 통해 이사회에 관한 정관을 개정했습니다. 지난 제9회 영화제 당시 김홍준 전집행위원장의 임기 내 해촉으로 줄곧 문제가 되었던 조직위원회 이사회 구조를 없앤 것이 이번 정관 개정의 주요골자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조직위원회 내에 이사회가 따로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먼저, 작년의 파행에 이어 집행위원장이란 무거운 역할을 맡은 사람으로서 10회 영화제를 한 달여를 남긴 지금에야 영화제 운영에 관한 제도 개혁이 이루어진 점을 사과드립니다. PiFan이 탄생할 때 곁에 있었고 1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저로서는 작년의 파행 때 영화계와 부천시 사이의 중재 역할을 맡았으나 수포로 돌아간 점이 늘 송구스러웠습니다. 더구나 지난 과정을 돌이켜 볼 때, 집행위원장을 맡기 전에 작년 파행 과정에서 고통을 받았던 영화인들의 의견을 미리 수용하지 않은 것은 큰 불찰이었습니다. 그 뒤로 제가 부천시의 요청으로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사태의 해결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임을 고백합니다. 영화계 몇몇 인사들을 만나 PiFan의 제도 개선을 약속했고, 합리적인 영화제 운영을 위해 집행위원회를 새로 만든 후 조직위원장인 부천 시장의 사과서신으로 작년 파행사태가 일단락되고 영화인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낙관적이고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인 여러분은 부천 시장의 사과와 함께 분명히 뒤따라야 할 제도개선의 가시적인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사과의 진의를 신뢰하지 않고 후원과 협조를 거절했습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저는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4월에 벌어진 일입니다. 새로 구성된 집행위원들과 함께 대안을 모색했고 제1회 집행위 회의(4월 13일)에서 일정 기간의 조사 후 PiFan 정상화를 위한 보고서를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때부터 사태 해결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영화인들과 만나기 시작했고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비로소 진지하게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5월 13일 집행위원회는 영화인들의 의견을 수용한 ‘PiFan 정상화를 위한 보고서’를 작성해 조직위에 제출했습니다. 집행위원들이 요구한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작년 파행에 책임이 있는 이사회의 총사퇴 둘째, 작년 파행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전집행위원장 등의 명예회복 등 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집행위원회 모두가 사퇴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그 후 집행위원들과 영화계 일부 인사들, 그리고 부천시가 머리를 모아 개혁 방안을 의논했으나 때마침 5월 31일 지방선거 때문에 일정은 더욱 늦어졌습니다. 선거 후 조직위원들의 배려와 조직위원장의 결심으로 인해 늦게나마 큰 틀에서 합의를 봤고 마침내 6월 16일 정관을 개정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정관 개정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의견을 감히 말씀드리면, 9회 영화제 파행을 야기시킨 이사 몇 명을 사퇴시키고 책임을 묻는 것보다 이사회 제도 자체에 큰 문제가 있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사회가 불필요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PiFan에 집행위원회가 없기 때문에 대신 이사회가 그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사회가 총사퇴하고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의 불씨를 간직하고 있는 이사회 제도는 남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정관을 참고하여 이사회를 없애는 정관 개정이 더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조직위원회는 전체 조직위원이 임원이 되는 임원회의와 총회에서 예산과 결산에 관한 결정과 그 사업 등의 승인을 주요 업무로 하고, 모든 집행의 실무와 책임은 집행위원회가 담당하는 정상적인 영화제의 틀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만약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라도 작년 총회에서 알 수 있듯 합리적인 지역인사들과 영화인들이 조직위원으로 많이 참여하고 있는 총회에서는 토론을 통해 충분히 합리적인 결정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새로 만들어진 집행위원회 역시 불의의 사태에 대해 반대 의견 개진과 언론 접촉, 혹은 총사퇴 등의 대안을 통해 충분히 견제 능력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PiFan과 부천시는 더욱 합리적인 정관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문제가 될 소지는 남아있다고 여러분은 바라보실지 모르겠습니다. 영화제의 재정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일차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현재의 현실상 지방단치자체와 대결구조가 아닌 조화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집행위원장으로서의 고충을 여러분께 호소 드리는 수밖에 없는 현실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다만, 지난 부천영화제의 파행 문제를 개인 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모순을 해결하려는 차원에서 접근한 제 진심을 간곡하게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로서는 영화인 여러분들이 이제 10회를 맞아 고사하느냐 소생하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는 영화제의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고 이곳 부천판타스틱 영화제를 한국영화계 전체를 위해 가꾸고 보호해야할 국제영화제로 아껴주셨으면 하는 소망뿐입니다. 한국영화의 생존과 문화의 다양성이 절대적인 명제로 떠오른 현재의 우리 현실에서 대중영화의 대안적 집합처로서 갖는 부천영화제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고 여러분께 호소 드립니다.

저는 곧 있을 기자회견에서 작년 영화제 파행 사태에 관해 공식적으로 한국영화인들과 영화관객들과 부천시민들에게 사과드릴 것입니다. 당시 임기가 남은 집행위원장을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해임한다는 안건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화제의 실무 스텝들이나 영화계 전체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은 채 이사회가 앞장서 안건이 발의되고 처리되는 과정도 비민주적인 것이었습니다. 이는 자율성과 전문성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모색되어야 할 지방자치단체와 영화제의 위상 정립에 오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그 사태로 인해 불명예스럽게 PiFan을 떠난 김홍준 전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들과 스텝들에 대해 저는 영화계 선배로서 애통한 마음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기회를 찾아 이 분들의 명예회복에 대해 철저히 노력할 것을 약속합니다. 무엇보다도 임기응변이 아닌 충분한 시간을 갖고 반성의 모습을 보일 것임을 다짐합니다. 또한 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정상화한 후에 미진한 제도를 보완해 나가며 영화인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저의 약속을 하나씩 입증하겠습니다. 그들의 명예회복은 PiFan 차원에서 이루어질 것이며, 특히 제1회부터 함께 일했던 창설 멤버로서 오늘의 PiFan을 있게 한 공로자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은 더욱 절실합니다. 또 프로그래머와 인터넷 팀원 등 실무진들에게도 원한다면 다시 PiFan에서 손잡고 일할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드립니다. 또한 이사회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항의를 표시하고 사퇴한 신우철, 정일성, 이춘연, 이미례 등 전 조직위원들에게도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전하며 다시 PiFan으로 돌아오시길 기다리겠습니다.

이제 7월 13일이면 10회 영화제가 시작됩니다. 정관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사퇴를 결심했던 1기 집행위원들과 계속 영화제를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을 만들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영화인들과 만났던 자리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설혹 작년 파행에 대한 사과와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더라도 영화인들의 마음을 녹이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그 분들은 말했습니다. 하물며 제도 개선이 아직 미흡한 상태에서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꾸준히 노력하는 것뿐입니다. 감히 부탁드린다면, PiFan의 정상화를 위한 이번 정관 개정과 저의 노력이 아직은 다소 미흡하더라도 영화제를 다시 부천 시민과 영화관객과 영화인들이 함께 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PiFan 스텝들의 마음만큼은 해량해 주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 정도의 결실이라도 맺도록 도와주신 조직위원 여러분, 일년 동안 PiFan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크고 작은 모임에서 많은 애를 써 주신 영화인들에게 깊은 감사를 다시 한번 드립니다. 그리고 3년이라는 저의 재임 기간동안 PiFan이 더욱 합리적이고 더욱 멋진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영화인들의 마음을 녹이기 위해 저는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지난 50 여년 동안 저는 한국영화계에서 칭찬 받을 영화와 비난 받을 영화를 고루 만드는 영욕의 시간을 겪었습니다. 영화인생의 후반부를 맞는 저는 이곳 부천영화제에서 남은 임기 동안 선배와 동료, 그리고 후배 여러분께 부끄럽지 않도록 잘 마무리를 짓고 영화인들이 더 합리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영화인 여러분들께서 도와주시고 채찍질을 해 주시면 전 더욱 힘을 얻을 것입니다. PiFan의 개혁은 끝난 게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2006년 6월 19일 PiFan 집행위원장 이장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