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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이니 정권의 폭압에 대한 우회적 비판, <시선>
이영진 2006-05-02

시선 The Gaze 세피데 파르시/이란/2005년/83분/인디비전

파리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에스판디어는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아무것도 볼 수 없기 전에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고자 그는 귀향을 결심한다. 마침 집에서는 그의 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보내온다. 떠나온 뒤 단 한번도 들르지 않았던 테헤란으로 향하는 에스판디어. 그러나 돌아온 아들을 맞는 것은 마음을 활짝 연 환대가 아니라 여전히 풀리지 않은 갈등들이다. 한때 에스판디어가 사귀었던 연인은 아버지의 후처가 되어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아들의 추궁에 아버지는 ‘사랑’이라고 답한다. 언쟁 끝에 아버지는 그가 도착한 이튿날 세상을 떠나고, 동생은 아버지가 그에게 물려준 유산을 탐낸다. 이제는 어머니가 된 연인에게는 말을 걸 수 조차 없다. 집에 돌아왔지만, 그는 여전히 이방인임을 느낀다. 에스판디어의 눈이 점점 어두워질수록 <시선>은 그가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조금씩 비춘다. 그러면서 이란 혁명 후 호메이니 정권의 폭압에 대해서(에스판디어가 고향을 떠난 연유와 관련있다)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에스판디어는 짓이겨진 관계들을 복원하고 싶어하지만, 감독은 그 실낱같은 희망에 부정으로 답한다. 에스판디어는 과거의 연인에게 도피를 제안하나, 과거의 연인은 두 사람 모두 아버지에 대한 기억에서 영원히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고개를 젓는다. 그에게 남겨진 선택은 하나 뿐. 되돌릴 수 없으니, 눈을 감을 수 밖에 없다. <시선>은 무엇보다 독특한 카메라 워크와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화다. 파편화된 그들의 관계는 효과적인 촬영으로 극대화되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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