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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마고리아> 타무라 시게루 월드의 집대성
한청남 2006-01-18

모 백화점 광고 등 과거 그의 그림 스타일을 표절한 CF들로 인해 알게 모르게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영상작가 타무라 시게루. 그의 대표작 <은하의 물고기> <고래의 도약>에 이어 단편 모음집 <판타스마고리아>도 마침내 국내에 선보이게 되었다. 이로서 현재까지 DVD라는 매체로 나온 그의 세 작품 모두가 출시되는 셈인데, 상업 애니메이션도 아닌 독립 애니메이션 작가의 작품들이라고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판타스마고리아>는 이전의 두 작품과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30분 이하의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기승전결을 가진 <은하의 물고기> <고래의 도약>과는 달리 5분 남짓한 15개의 매우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져있다. 밤하늘에 별자리를 비추는 영사기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마을의 눈사람 이야기, 사막 한가운데 유적처럼 자리 잡은 거대한 전구, 유령 마을의 할로윈, 친구를 그리워하는 선인장 등 작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또한 <고래의 도약>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유리 바다의 풍경까지 담겨있는 등, 가히 타무라 시게루 월드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별다른 자극이나 교훈 없이 진행되는 소행성 판타스마고리아의 풍물기행과 2차원적인 영상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전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세계관에 매료된 이들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도록.

<판타스마고리아>가 앞서 출시된 두 작품과 다른 또 다른 특징은 당초 비디오용으로 제작된 영상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타무라 시게루의 화집을 바탕으로 1995년 매킨토시용 멀티미디어 인터랙티브 CD-ROM으로 최초 출시되었으며 이후 비디오CD, LD, 그리고 DVD로 나오게 된 작품이다. 때문에 오늘날의 플래시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을 주고 있는데, 때때로 저해상도 원본 이미지를 확대한 것처럼 보이는 거친 영상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공식적으로는 4:3 스탠더드 화면비로 표기되었지만 엔드 크레딧을 제외하고는 16:9 레터박스 방식이기 때문에 와이드 TV에서 줌 기능을 사용할 경우 문제점은 더욱 도드라진다. 앞서 두 작품이 워낙에 뛰어난 영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쉬운 감이 없지 않지만, 따스한 색감과 초현실적이면서도 정감 있는 그림체를 감상하기에는 큰 지장이 없다.

사운드 역시 마찬가지. 부족하다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 2채널 사운드이나 테시카이 유토로의 몽환적인 음악이 깨끗한 음질로 귀를 즐겁게 한다. 우리말 더빙도 만족스럽지만 더빙용 보조 자막이 있었으면 더욱 좋을 뻔 했다. 일본어 텍스트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우리말 음성만으로는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다. 부록은 <판타스마고리아>를 비롯해 기출시된 타무라 시게루 작품들의 예고편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