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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 - 페어웰 투어 라이브 프롬 멜버른>
강명석(기획위원) 2005-08-30

안녕, 이글스

한국에서 이글스는 몇 개의 이미지로 기억된다. 'Hotel California'나 'Desperado'같은 몇 개의 히트곡들, 그리고 음악 타이틀 최고의 마스터 피스중 하나로 기억되는 <Hell freeze over>에서 어쿠스틱으로 'Hotel California'를 연주하는 모습 같은 것들. 그래서 한국에서 이글즈는 그들의 '판'을 사 모으던 올드 팬들이 아니라면 굉장히 서정적인 음악을 하는 밴드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아는 데로, 이글스는 서정적인 록 발라드 그룹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그렇다고 레드 제플린이나 딮퍼플 같은 하드록 그룹도 아니지만, 컨츄리 록을 기반으로 하는 이들의 음악은 재결성후 자신들과 함께 나이를 먹은 팬들을 위해 편안한 마음으로 내놓은 어쿠스틱 공연 <Hell freeze over>와는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이글스가 최근 은퇴를 선언하며(솔직히 언제 또 재결성할지는 모르겠지만) 내놓은 공연 타이틀 <Farewel Tour live from melbourne>은 이글스의 시작과 마지막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은퇴 공연이니 그룹의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자리일 수밖에 없지만, 그들이 택한 건 <Hell freeze over> 식의 접근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들의 모습을 복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옛날에 비해 브라스 세션이 더해지면서 더 다양한 편곡을 들려주고는 있지만, 이글스를 <Hell freeze over>의 차분한 이미지로만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두 번째 디스크에서 'Heartache tonight'에서 시작해 'Hotel california'로 이어지는 곡들은 '록그룹'으로서 그들의 진면목을 보여줄 만큼 터프한 느낌의 편곡으로 구성되어 그들이 여전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어쩌면 이글스의 젊은 팬, 혹은 'Hotel california'만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글스의 마지막 공연에서 이글스의 진짜 모습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Farewell Tour live from melbourne>은 <Hell freeze over>의 반대편에 있는 타이틀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비록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 이 타이틀이 들려주는 사운드의 방향설정은 <Hell freeze over>의 그것과 일치한다. 음 하나하나의 선명함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당시 대중화에 접어들던 DTS 사운드의 위력을 실감케 한 <Hell freeze over>와 마찬가지로, <Farewell Tour live from melbourne> 역시 라이브 사운드의 생생함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실험하는 듯 하다.

드럼 세트 각각의 미세한 차이를 완벽하게 분리해내고, 브라스와 일렉기타의 고음이 동시에 공연장을 채우는 순간에도 그 둘의 사운드가 선명하게 재생되는 등 사운드의 선명함과 명료함에 있어서는 <Hell freeze over>와 거의 비슷한 수준을 들려준다. 특히 이 공연은 보다 복잡한 사운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글스의 또 다른 마스터피스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종종 거친 입자가 보이는 영상의 완성도는 음질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나, 은퇴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스페셜 피처가 없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 타이틀을 통해 이글스는 <Hell freeze over>의 잔영을 씻어내고, 록밴드로서의 모습을 되찾은 채 사라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안녕,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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