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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나이들, 우리 어릴 적에
2001-02-06

<친구>촬영현장

“몬데, 모하는 데”, “엄마야, 멋지다. 장동건이 아니가? 잘났네. 유오성이도 있네. 실물이 헐 낫네”, “사진기 가져왔나”, “와, 안 찍는데”

부산 범일동 굴다리시장에 장동건, 유오성이 등장하는 순간, 시장 안은 ‘시장통’이 됐다. 무료하던 차에 이게 웬 떡이냐 싶었는지 아지매들은 저마다 오리지널 부산 사투리로 왁자지껄. 어릴 적 만난 친구들의 기억과 그리움, 그리고 중간중간의 단절과 이음. 이렇게 우리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친구>가 부산을 헤집고 촬영의 막바지를 달리고 있다.

영화 <친구>는 <억수탕> <닥터K>를 감독했던 부산 사나이 곽경택 감독의 3번째 영화. 부산에서만 촬영을 고집(?)해온 곽 감독은 “내 이야기다. 머릿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친구들의 기억들, 강한 그리움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부산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또한 부산이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이 여러모로 영화적이라는 곽 감독이나 고향은 아니지만 영화에 빠져 부산사람이 다된 배우들, 간혹 NG를 내는 시민들까지도 풋풋한 바닷바람 마냥 정겹다. 폭력조직의 두목을 아버지로 둔 준석(유오성), 가난한 장의사의 아들 동수(장동건),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모범생 상택(서태화), 밀수업자를 부모로 둔 중호(정운택). ‘오래 두고 가깝게 사귄 벗’이라는 한자어 ‘친구’. 이들 네 친구가 겪게 될 그들의 미래는 푸르기만 할까? 순수했던 우정들은 세월과 시절에 닳아 돌이킬 수 없이 엇갈려간다. 봄향기 피어나는 3월 말, <친구>도 살풋 피어날 예정이라고.

부산=사진·글 손홍주 기자lights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