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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빛> Dutch Light
김현정(객원기자) 2005-05-04

감독 피에테-림 데 크룬/네덜란드/2003년/94분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이더라도 네덜란드 화가들의 그림이라면 어렴풋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빛으로 가득찬 실내, 파랗게 두드러지지만 결코 원색은 아닌 하늘, 엷게 반짝이는 듯한 대기. 유럽의 예술가들은 네덜란드에만 있는 무엇인가가 그런 그림을 만들었으리라 믿고 그 비밀을 발견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하곤 했다. 그것이 이 영화의 제목 <네덜란드의 빛>이다.

조명과 다큐멘터리 연출을 전공한 감독 피에테-림 데 크룬은 자신의 두가지 전공을 살려 ‘네덜란드의 빛’이 과연 존재하는가를 묻는다. 발단은 1970년대 독일화가 요제프 보이스가 제공했다. 보이스는 네덜란드는 물이 많아 햇빛을 반사하고, 그때문에 대기 중의 물방울 또한 반사를 거들었지만, 대규모 간척 사업으로 인해 그 현상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 주장은 진실인가, 혹은 ‘네덜란드의 빛’ 따위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는가. 데 크룬은 화가와 미술사가, 과학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의견을 듣고 스스로 실험을 행하기도 한다. 그들 사이에서 진리는 엉크러진다. 이탈리아 화가는 지나치게 강렬한 이탈리아 햇빛은 사물을 탈색한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자신이 본 네덜란드는 모든 색채가 풍성했다고 말한다. 그것은 그의 정직한 관점이다. 그러나 네덜란드에 머물며 그림을 그린 모네와 마네, 터너, 휘슬러 등은 네덜란드 화가들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화풍을 유지했다. 그것도 또한 눈앞에 놓인 진실이다. 화풍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탐험기. 네덜란드 그림들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촬영된 풍경을 보면 ‘네덜란드의 빛’을 믿고도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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