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필 참새 모으는 비디오 방앗간
우수비디오숍 - 영화마을 화정점 대표 김진규씨
보통 잘되는 숍은 이렇게들 이야기한다. (손님이 차고 넘치는데) 딱히 비결이랄 게 없다고…. 영화마을 화정점의 강점은 한눈에 보인다. 편안한 휴식공간을 둔 넓고 깨끗하고 잘 정리된 매장이 그것이다. 김진규씨는 하드웨어에 많은 투자를 한다. 재작년에 AV 시스템을 설치하면서 돌비서라운드의 빵빵한 사운드 시스템을 갖추었다. “철지난 비디오라도 이렇게 재생하면 본래의 웅장한 스케일이 살아나니까 구프로와 특선도 많이들 보시더라”고 그는 말한다. 지난해 6월에는 DVD도 들여놓았을 만큼 그는 하드웨어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강점은 하드웨어에 그치지 않는다. 화정점을 자주 드나드는 학생들은 그를 ‘방앗간 아저씨’라고 부른다. 학생들이 스스로를 방앗간 참새로 여길 만큼 자주 찾는다는 말이다. 그래도 아저씨라니, 올해 32살의 미혼남인데 좀 심했다. 특이하게도 그는 취미로 RC 자동차(Radio Control 흔히 무선 자동차라고 함)를 운전하는데 5년 경력에 RC 자동차를 4대나 가지고 있다. RC 자동차에 대해 궁금한 학생들의 방문이 그치질 않는다. 이렇게 인연이 닿아 화정점에서 커피도 마시고 DVD도 보고 놀다가는 학생이 줄잡아 50명은 된다고 한다. 이들 극성 팬들이 입소문을 내 친구들도 데려오고 학교에도 테이프를 빌려간다. 학생뿐만 아니라 아줌마들과 꼬마한테도 인기가 많다. “사람이 좋아서 온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는 항상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고 손님과는 절대 싸움 안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인근의 원당과 능곡에서도 마니아들이 찾아오고 수색 근처의 항공대에서도 이곳을 찾을 만큼 구색도 갖추었다. 지난해 여름까지 부산, 충주, 대전, 안동, 속초 등 전국을 누비며 비디오를 구하러 다닌 덕에 이젠 특별히 없는 것만 주문하러 나간다. “제일 구하기 힘들었던 것은 <쉘부르의 우산>이었어요. 10만원 주고 98년에 구했는데 3년 동안 20번 정도 대여됐어요.” 20번이면 그래도 꽤 많은 편이다. 좋은 비디오는 강력하게 추천하는 편인데도. “권했다가 다시 들고와 신프로로 교체해가는 경우가 허다해요. 그래도 계속 추천해요. 10이면 7은 먹히거든요.” 우디 앨런의 영화를 좋아해 <애니홀>만 빼고 다 구했다. 코언 형제의 작품도 다 모았고 브라이언 드 팔마와 앨런 파커의 영화도 상당하다. 가장 자주 보는 작품은 <핑크플로이드 더 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본 뒤부터 O.S.T에도 빠져 있다. O.S.T 좋아하는 관객들이 방문할 날도 머지않은 듯싶다.
영화마을 화정점의 top 10
1. 쉘부르의 우산 / 감독 자크 드미
2. 84번가의 극비문서 / 감독 데이비드 휴 존스
3.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 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4. 철십자 훈장 / 감독 샘 페킨파
5. 관계의 종말 / 감독 샘 페킨파
6. 돈을 갖고 튀어라 / 감독 우디 앨런
7. 분노의 주먹 / 감독 마틴 스코시즈
8. 아무도 모르게 / 감독 아녜스 바르다
9. 시드와 낸시 / 감독 알렉스 콕스
10. 달콤한 인생 1, 2편 /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