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영협 주장에 치중해 문제 추적, 영화인회의 당혹
잠잠하던 대종상 논란이 발화점을 옮겨 다시 불붙고 있다. 발단은 지난 5월26일 KBS가 방영한 <추적60분>. 이 프로그램은 제38회 대종상영화제를 공동주최한 한국영화인협회(이사장 유동훈)와 영화인회의의 반목으로 행사가 파행적으로 운영됐다고 지적하는 과정에서, 일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해 영화인회의쪽을 당혹스럽게 했다.
영화인회의쪽이 우선 문제삼는 부분은 “영화제가 끝나자마자 영화인회의쪽이 깨끗이 사무실을 비웠다”며 텅빈 공간을 제시한 장면이다. 그러나 대종상 사무국에 파견됐던 영화인회의쪽 실무자들은 이 공간이 영화제 기간 한시적으로 일하던 사람들이 사용하다가 이들이 나간 뒤 필름창고로 사용되던 곳이라고 말한다. 영화인회의쪽은 사실과 거리가 먼 이 자료화면이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증명하는 식으로 사용됐다고 지적한다. 방송사 관계자도 이와 관련, “시청자들이 영화인회의가 무책임했다고 오해할 여지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또한 프로그램 마지막에 제목을 알 수 없는 책자를 제시한 뒤 “대종상영화제에 관한 모든 내용이 빠짐없이 기록된 백서”라고 소개한 부분도 도마에 올랐다. 영화인회의는 현재 영협을 향해 공동백서 제작을 제안해 놓은 상태. 그러나 대종상 사무국에 남아 있는 영협진영으로부터 얻은 회답은 “지금은 회의녹취록을 작성하는 단계이므로 함께 작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방송사가 입수했다는 ‘백서’도 본심회의록. 온전한 백서라고 볼 수 없지만, 방송사쪽은 “이것도 어차피 백서의 일부분이 될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영화인회의쪽은 이같은 “사실과 다른 방송” 자체도 문제지만, 이것이 올 대종상이 ‘신구갈등’에 희생됐다는 “무리한 결론”을 끌어내는 근거가 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이었던 이춘연 전 영화인회의 이사장도 자신의 제작사인 씨네2000에서 제작한 <인터뷰>에 관한 유동훈 영협 이사장의 인터뷰 대목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문제의 장면에서, <인터뷰>를 출품한 이춘연 이사장이 중도에 기획자 이름을 바꿨는데, 이에 “일부 심사위원들이 수상할 의사가 있다고 보고 찍어주지 않았나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춘연 씨네2000 대표는 “심사과정에서 규정상 문제가 있다고 해서 집행위원장을 그만두겠다고까지 했다. 그럴 필요까지 있겠느냐고 말린 건 유동훈 이사장이었는데, 영화인회의쪽 심사위원들이 표를 몰아준 것 아니냐고 말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무엇보다 <인터뷰>에 기획상을 준 건 영협쪽에서 추천받은 심사위원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유동훈 영협 이사장은 “방송국이 내 말을 잘라내서 정확하게 전달해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어쨌든 다시 문제는 이번 방송이 대종상 사태를 단순히 신구 갈등으로 파악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예컨대 <추적 60분>은 양쪽 표가 무리지어 갈라진 것만 지적하고, 어느 쪽이 왜 어떤 영화를 지지했는에는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대종상이 격렬한 비난을 받은 건 바로 그 지점이었다. 방송이 나간 뒤 갖가지 인터넷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의 비난이 다시 들끓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종상 사태는 신구가 악수하는 것만으로 풀릴 문제는 아니다. 원칙없는 겉치레 화합을 강요하는 양시양비론은 그 중요한 걸 간과하고 있다.
이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