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e of the Beholder 1999년,
감독 스티븐 엘리엇 출연 이원 맥그리거, 애슐리 저드
12월31일(일) 오전 1시30분
한 여자가 거의 병적으로 남성을 혐오하게 된 것은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딸이었기 때문이고, 한 남자가 강박적으로 한 여자를 쫓아다니게 된 것은 아내가 딸을 데리고 자신을 떠난 쓰라린 경험을 보상받기 위해서였다. 아버지를 잃은 딸과 딸을 잃은 아버지, 이 두 사람은 공통의 ‘상실의 체험’을 겪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다. <아이 오브 비홀더>는 이런 속류 정신분석학을 토대로 강박증에 빠진 남자를 믿을 수 없는 여자의 ‘수호천사’로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워싱턴 주재 영국대사관 소속 비밀요원인 ‘아이’(Eye)는 상부로부터 수사국장 아들의 불법예금 인출사건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가 조사하던 국장의 아들은 조아나라는 미모의 여인으로부터 그만 무참히 살해당하고 만다. 그런데 딸인 루시(의 환영)는 아이에게 조아나를 보호하라고 주문하지 않는가. 아이는 조아나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그녀가 저지른 살인의 흔적들을 지워주기에 이른다.
유쾌한 로드무비 <프리실라>로 잘 알려진 스티븐 엘리엇 감독이 만든 스릴러 <아이 오브 비홀더>는 앨프리드 히치콕을 필두로, 니콜라스 뢰그,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브라이언 드 팔마 등의 이름들부터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하지만 스릴을 논리적으로 구축해가는 방식에 문제점을 보인다며 선배들의 영화에 범접하지 못한 영화라는 평가를 들었다. 정교하게 플롯의 벽돌을 쌓는 것을 거의 ‘의도적으로’ 포기한 점으로 미루어 다른 시각으로 볼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쨌든 <아이 오브 비홀더>가 꽤 화려한 스타일에 멋진 음악을 얹어놓는 등 자극적인 감각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어떤 평론가는 이 영화를 왕가위 영화에 비유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