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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시민의 방송
2001-05-17

편집장이 독자에게

시민의 힘으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신문을 만든다는 건 80년대 말, 믿기 힘들 만큼 엄청난 창조적인 꿈이었다. ‘6만주주’가 성금을 모아서 정말로 하나의 신문을 만든 사건은 세계언론사에도 없는 일이었다. 프랑스의 <르 몽드>도 시민이 만든 신문은 아니었다. 나치에 협력한 신문사를 정부가 접수하여 양심적 지식인들에게 불하해서 태어난 신문이었고, 스페인의 <엘 파이스>는 프랑코 독재에 저항하던 이들이 만들었다지만 한국과 같은 폭넓은 열망과 지지 위에서 출발하지는 않았다. 알다시피 한국 민주화운동의 결실이라고 해도 과히 틀리지 않는 그 신문이 <씨네21>의 모태이다.

출발 때의 목적과 의지가 출발 이후 과정 모두를 물론 합리화하지는 않는다. 다만 어떠한 시행착오를 했더라도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 이 신문의 하루하루에는 애초 신문을 탄생시킨 우리 사회의 이상을 발전시켜가는 의무와 권리가 새겨져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음의 꿈은 방송이었다. 달리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전파매체의 힘을 지금과 같은 구조에 맡겨놓을 수만은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건 신문 만들기보다 더 무모한 희망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한겨레> 창간일이기도 한 5월15일, ‘시민이 만드는 - 시민방송’이 창립대회를 갖는다. “전파의 생산과 소유ㆍ유통ㆍ소비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익방송”이며,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도 처음으로 시민이 주체가 되어 만드는 디지털 위성방송”이다. 백낙청 재단법인 시민방송 이사장은 그 소개장에서 이 방송을 통해 “단순한 비판을 넘어선 대안언론, 대안문화”를 창출하리라 약속하고 있다. 시민이 프로그램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온전한 의미의 액세스 프로그램도 ‘Ctv’를 통해 보게 되리라. 오는 12월, 시민방송은 전파를 첫 송출할 예정이란다.

컴퓨터 제작 시스템 덕에 시민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전국적 일간지 창간에 뛰어들 수 있었다면, 시민의 텔레비전 방송은 위성과 디지털 방송이라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실현가능한 프로젝트가 되었다. 시민방송은 그 자금확보를 위해 ‘옛날’처럼 시민모금을 시작했다. 기술독점에 대항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참으로 뿌리뽑힐 줄 모르는 우리의 희망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