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퇴역군인들이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배경으로 한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의 역사 왜곡을 지적하며 상영금지를 강력히 요청하고 나섰다.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바 있는 유럽영화 사상 최대 예산의 블록버스터 <에너미 앳 더 게이트>는 프랑스의 장 자크 아노 감독이 영미권 배우들을 기용해 독일의 자본과 시설로 제작한 작품. 제작진은 베를린 기자회견장에서 영화제작에 참여한 독일, 러시아 영화인들이 모두 뜻깊은 체험을 했다고 밝혔지만,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몸소 참전했던 러시아 퇴역군인들은 영화가 개봉 된 4월 초부터 불만의 목소리를 높여오다 승전기념일인 5월9일을 이틀 앞둔 지난 5월7일 볼고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 의원들과 함께 하원의회에서 항의 집회를 갖고 이 영화가 러시아 전역에서 상영금지 처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장 자크 아노 감독이 1942년 8월부터 장장 6개월간 도시를 목숨걸고 방어한 평범한 병사와 시민들을 붉은 군대 사령관의 지휘로 독일군의 총구 앞에 내던져진 총알받이처럼 그렸다는 점. 영화 속에서 러시아군 장교들이 도망치는 병사들을 등뒤에서 사살하고, 뒤에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된 니키타 흐루시초프가 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 한 장군에게 자살을 종용하는 설정도 악의적이라는 반응을 샀다. 주드 로, 레이첼 와이즈, 조셉 파인즈 등 세명의 영국 스타를 내세운 <에너미 앳 더 게이트>는 러시아 언론으로부터는 그다지 큰 호평을 받지 못했으나 모스크바나 상페테르부르크처럼 젊은 관객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대도시 박스오피스에서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좀더 나이든 관객층이나 부모가 참전한 기억이 있는 관객에게 <에너미…>는 불편한 감정을 일으킬 것이라고 은 진단했다. 러시아는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2천만의 인명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