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9일 대학로 예총회관에서 열린 제3차 영화인협회 이사회. 이날 회의는 대종상 사태와 관련, 집행부가 전원 사퇴한 영화인회의를 향한 성토의 분위기로 흘렀다. “영화인회의와 무관하게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고 제안했던 유동훈 영협 이사장도 “영화인회의쪽에 너무 굽실거린 것 아니냐”는 공격에 “결과적으로 지고 들어갔을 수 있다”며 “내가 너무 순진했다”고 물러설 정도였다.
“영화인회의의 제스처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는 내용의 주장은 회의 모두에서부터 제기됐다. 이와 관련 회의장이 달아오른 것은 한 심사위원이 분통을 터트리면서부터. 그는 자신이 정부와 ‘별별 싸움’을 다해서 대종상영화제를 가져온 당사자라며, 이질적인 단체와 함께 행사를 치른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심사위원단을 비롯 영협쪽이 더 많은 지분을 가져야 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심사과정에는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다”며 오히려 영협쪽이 맡은 심사위원장의 표결권을 없애 수적으로 열세를 만든 것이나 영화인회의쪽 심사위원단이 현장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없는 비영화인인 영화평론가, 대학교수”로 구성됐고 이들과 모든 부문의 수상작 결정에 있어 표대결을 해야 했던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유동훈 이사장에게 “내년에도 또 같이할 생각이냐”고 반문했다.
2시간 넘게 진행됐던 이날 회의는 결국 “실질적으로 이사장이 잘못을 시인했으니, 아직 사퇴를 거론하지 말자”며 “철없는 아이들에게도 맞대응할 필요없다”는 결론을 내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양쪽 단체가 백서를 낼 때까지 섣부른 단정은 금물이지만, 이번 일을 두고 두 단체가 보인 반응은 너무도 대조적이다. “영화제는 관객의 것”이라며 고개를 숙인 영화인회의와 “영화제를 뺏길 수 없다”는 영화인협회, 어느쪽이 영화의 편일까.
이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