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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들 잇단 주연 발탁
2001-05-15

"이젠 저도 주연입니다"

영화 배우 임원희(31)를 아는 사람은 아직까지 많지 않다.

「공포택시」「죽거나혹은 나쁘거나」「간첩 리철진」「기막힌 사내들」등 출연작은 제법 되지만 모두 어설픈 강도이거나 어벙벙한 경찰, 칼 맞아 죽는 형사로 잠시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다.

그런 그가 주연으로 `등극'했다.

영화「이것이 법이다」에서 고집불통에다 다혈질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돈키호테 같은 형사 `봉수철'역을 맡은 것. `미남 배우' 김민종과 함께 연쇄 살인 사건의 비밀을 추적해 나간다.

최근 들어 조연급 배우들이 주연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캐스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무로에서 독특한 개성과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국내 영화계를이끌 차세대 유망주로 꼽힌다.

무명이나 다름없던 임원희는 지난 해 류승완 감독의 인터넷 영화「다찌마와Lee」에 출연, 네티즌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것이 이번 캐스팅에 도움이 됐다.

8:2로 가르마를 타고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거는 `사나이'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해낸 것이 감독의 눈에 들었던 것.「서푼짜리 오페라」등 다양한 연극 무대를 통해쌓은 탄탄한 연기력때문에 영화 관계자들은 그를 `준비된 배우'라고 평가한다.

6월 2일 개봉 예정인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불명」에서 주인공 `창국'역을 맡은 양동근(22)도 빼놓을 수 없는 배우다.

「화이트 발렌타인」「해변으로 가다」등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선보였지만 주연을 맡게 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 뛰어난 힙합 실력을 가진 `만능재주꾼'이기도 한 그는「수취인불명」에서 양공주인 어머니와 흑인 미군 사이에서 난 혼혈아 `창국'역을 맡았다.

정체성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자신을 괴롭히던 개장수 `개눈'(조재현)을 처절하게 응징한 뒤 자살해버리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김감독은 "원래 주인공을 백인 혼혈아로 생각했지만 8.15특집극에 출연한 양동근의 강렬한 이미지가 맘에 들어 바로 캐스팅했다"면서 "굉장히 성실하고 노력하는 `장래성'있는 배우"라고 그를 칭찬했다.

한편,「하면된다」「아나키스트」「번지점프를 하다」에서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였던 개성파 연기자 이범수(32)는 영화사 싸이더스가 제작하는 조민호 감독의「정글쥬스」에 주연으로 발탁됐다.

사창가의 두 건달이 마약을 둘러싸고 쫓고 쫓기면서 벌이는 해프닝을 그린 이작품에서 그는 `철수'역을 맡아 장혁과 연기 대결을 펼친다.

그런가하면 영화「조폭마누라」에서 `조폭'인 부인(신은경)에게 매일 맞고 사는 순둥이 남편으로 나오는 박상면(33)도 사실 얼마전까지는 `조연급'이었다.

「넘버 3」의 `재떨이'로 출연해 코믹 연기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 지난 해 「리베라메」「하면된다」「반칙왕」「휴머니스트」에 잇따라 캐스팅돼 가장 바쁜 한해를 보냈지만, 주연 데뷔작은「조폭마누라」가 사실상 처음이다.

이밖에 올 8월에 개봉 예정인「소름」의 `헤로인' 장진영(27)도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