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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은, 따로 또 하나
2001-05-07

통신원리포트/도쿄

다케나카 나오토 신작 <이중주>, 조용히 상영마쳐

지난 4월27일 다케나카 나오토 감독의 신작 <이중주>(連彈)가 도쿄에서 상영을 마쳤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에서도 상영된 이 작품은 극장에서 흥행기록을 발표하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3월31일 개봉 당시 배우와 감독이 무대에서 관객에게 인사하는 행사를 가진 데 이어 개봉 뒤에도 관객을 모으기 위해 감독과 출연자 토크쇼까지 열었던 것으로 보면 크게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중주>는 부부와 아이 둘로 이뤄진 가족의 이야기다. 아내는 큰 건설회사에서 바쁘게 일을 하며, 셋방에서 나오는 수입을 관리하는 남편은 가사를 전담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평화롭게 보이는 가족이지만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 사진을 남편이 본 뒤로 분열이 시작된다.

<쉘위댄스> 등으로 개성적 연기를 보여온 인기배우 다케나카는 1991년 <무능한 사람>으로 감독 데뷔했다. 만화가 두게 요시하루의 독특한 세계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베니스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상을 수상했으며 일본과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뒤 94년에는 , 97년에는 한국에서도 공개된 <도쿄 맑음>을 발표했다. 이들 세 작품은 다케나카 감독이 기획부터 참가해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중주>는 이들과 달리 전통있는 각본상인 제23회 기도상 수상작인 교즈카 마루오의 오리지널 각본의 영화화 의뢰를 수락한 것이었다. 다케나카 감독은 “각본을 읽고 지금까지의 작품과 다른 가족드라마를 찍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감독 자신이 집을 지키는 남편 사사키 쇼타로 역으로 출연했고 아내 미나코 역은 95년 다카라주카 가극단을 나온 뒤 영화계에서 주로 활약하고 있는, 그리고 다케나카가 “이 역을 맡을 배우는 그녀밖에 없다”고 했던 아마미 유우키가 맡았다. 딸과 아들을 둔 어머니 역의 아마미는 촬영현장에서 아역배우들과 친하게 지냈고, 감독의 즉흥적인 아이디어에 대응하는 등 이 영화를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아내 미나코는 결국 이혼을 결심하고 아이들을 남겨둔 채 집을 나가지만 피아노 발표회에서 딸 마리와 같이 이중주로 브람스의 작품을 꼭 연주하겠다고 한다. 영화 속에는 두 사람이 연습하는 피아노 소리가 항상 들린다. 다케나카 감독은 이 소리를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영화음악을 따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 촬영중 감독이 즉흥으로 작사, 작곡한 노래를 출연자가 콧노래로 부르고 있다. 이 노래를 담은 CD는 팸플릿과 함께 극장에서 판매됐다.

<이중주>는 잘 정돈된 미술, 유머가 있는 음악사용 등 다케나카 감독의 아이디어가 많이 소화된 작품이다. 영화평론가 가와모토 사부로의 이야기처럼 스토리 전개와 관계없는 장난이 있고 심각한 이혼문제를 미화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부부 각각의 마음이 관객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다케나카 나오토는 배우로서 올해도 많은 작품에 출연중이고 연말에는 무대공연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감독으로도 기획이 몇개 더 있는 모양이다. 그는 “내 희망은 1년에 한편씩 만드는 것이다. 동시에 기획을 진행하면서 그중 할 수 있는 작품부터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도쿄=사토 유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