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 센터에서 ‘팝의 시대’ 전시회 열려
지난 3월15일부터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팝의 시대’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오는 6월18일까지 지속될 이 전시회는 1956년부터 1968년 사이 팝아트의 등장과 그 영향을 미술, 건축, 음악 등 다양한 예술분야를 총괄해 보여주고 있는데, 전시회와 병행해 팝아트를 주제로 한 영화제도 동시에 개최되고 있다. 흔히 팝아트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인 앤디 워홀의 회고전과 함께 조나스 메카스, 스탠 브래키지, 브루스 코너 등과 같은 뉴욕 언더그라운드 영화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영화제 목록에 포함되어 파리에서도 흔히 접하기 어려운 실험영화들을 볼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팝아트는 미국과 서구 유럽에서 50년대 이후 2차대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경제가 재건되고, 텔레비전을 비롯한 매스미디어와 가정용 전자제품이 급속히 보급되어 본격적인 ‘소비사회’가 도래한 시기에 함께 등장한 ‘대중예술’을 가리킨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특징되는 새로운 삶의 조건 속에서 현대사회의 새로운 징후들을 때론 열광적으로, 때론 비판적인 시선으로 찾아낸 이들 작품들은, 미술의 경우 현실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상실한 표현주의적 추상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해되고 있다. 1957년 화가 리처드 해밀턴이 정리한 팝예술에 대한 다음의 정의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팝아트는 대중적이고 (대중을 위해 창조된 것), 일시적이고 (단기간 동안 지탱), 소비가능하고 (쉽게 잊혀지고), 싸고, 시리즈로 만들어지고, 젊고 (젊은이가 대상), 정신적이고, 야하고, 환상적이고, 관능적이고, 돈이 벌리는 것이다.’
타 예술분야에서 팝아트가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면, 이번 영화제에 선정된 영화들을 보면 과연 팝아트란 이름으로 같이 묶여질 수 있는지를 반문하게 된다. 대부분의 영화들은 상업적인 영화관습들과 소비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고 영화를 통한 지각훈련에 가까운 실험적인 영화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영화와 팝문화’, ‘영화와 정치’라는 두 주제로 분류된 영화들 중 ‘영화와 팝문화’는 40여편의 앤디 워홀의 작품과 함께 마릴린 먼로나 브리지트 바르도와 같은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을 다룬 영화들을 함께 상영한다. ‘영화와 정치’로 선정된 영화는 대부분 다큐멘터리 영화들로 요리스 이벤스, 크리스 마르케 등과 같은 좌파감독들의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타 예술과 달리 영화는 이미 시초부터 대중 상업영화가 지배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들 작업들의 목표 중 하나가 대중과의 거리 좁히기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고 이 영화제에 선정된 작품들과 일반 전시회에 전시된 작품간의 시선에서의 이질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파리= 성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