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모토 사린 사건 영화화한 <일본의 검은 여름-엔자이> 개봉
1994년 일어난 마쓰모토 사린 사건을 소재로 한 구마이 게이 감독의 신작 <일본의 검은 여름-엔자이(寃罪)>가 3월24일부터 전국에서 개봉했다.
94년 6월27일 나가노현 마쓰모토시에서 일어난 이 사건의 사망자는 7명이었고 중·경상자는 586명이었다. 맹독성 가스를 시민에게 뿌린 이 사건은 세계에서도 전례가 없는 무차별적인 테러로 기록된다. 또 이 사건의 신고자 가와노 요시유키는 경찰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한 신문, TV의 보도로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고 범인으로 몰린다.
이 영화는 사건이 일어난 지 1년 뒤를 무대로 고등학교 방송반 학생들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방송사 등을 방문해 당시 오보가 왜 발생했는지를 추적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TV제작자들이 학생의 질문에 대답하는 가운데 TV, 신문, 경찰, 누명을 쓴 당사자 등 각각의 사정이 밝혀지게 된다. 이같은 구성에 대해 구마이 감독은 <키네마순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보통 ‘원죄(寃罪: 억울하게 뒤집어쓴 죄)사건’은 용의자를 붙잡은 뒤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을 고문하고 자백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경찰, 매스컴, 그리고 일반 시민도 모두가 한번은 (공범으로) 가담했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당시 매스컴이나 경찰이 어떻게 활동했는지를 정확하게 더듬어보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구마이 감독은 데뷔작인 <테이긴 사건 사형수>(1964)에서 원죄사건을 영화화했고 그뒤에도 <산다칸 8번관 망향>(1974), <일본의 더운 날 모살·하산 사건>(1981), <바다와 독약>(1986) 등을 통해 사회문제나 사회적 사건을 적극적으로 그려왔다. 마쓰모토 사린 사건에 대해서 그는 가와노의 인품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범행이 극히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찍부터 가와노가 범인이 아니라고 직감하고 있었던 것. 이 사건의 영화화는 자료를 모으고 각본을 쓰고 있었던 구마이 감독이 제작사인 닛카쓰의 사장으로부터 “다음번엔 사회성이 짙은 작품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요청을 받은 뒤 실현됐다.
이 영화에서 고등학생의 취재를 쾌히 승낙하는 방송사 보도부장 역으로는 <올빼미의 성>의 나카이 기이치, 경찰과 매스컴에서 범인이라고 의심하던 남자로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난> 등에 출연한 데라오 아키라,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 역으로는 <도라헤이타>의 이시바시 렌지가 출연한다.
마쓰모토 사린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95년 3월 도쿄 지하철에서는 또다시 사린 살포사건이 일어나 12명이 사망하고 약 550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이 사건의 범인으로 종교단체 옴진리교를 지목하고 이들의 시설을 강제 수사했다. 그리고 7월16일 마쓰모토 사린 사건도 사린의 효과를 확인하려는 같은 교단 간부의 범행으로 밝혀져 가와노의 누명은 풀렸다. 이 영화도 주인공들이 이 보도를 듣는 것과 함께 끝이 난다.
도쿄=사토 유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