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흥행 호조와 높은 수익률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이어 영화전문투자조합 결성이 잇따르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그동안 금융자본과는 무관하게 독자적인 노선을 취하던 CJ엔터테인먼트와 명필름 등도 잇따라 투자조합을 만들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최근 들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창업지원기금을 배정받은 영화전문투자조합은 9개로 700억원이 넘는 규모다. 이중 등록 승인이 난 투자조합은 튜브엔터테인먼트가 주도하는 100억 규모의 튜브영상 2호를 비롯, 베어엔터테인먼트의 센츄리온멀티미디어(60억), 페타엔터테인먼트 등 3곳. 소빅 2호(60억), 드림영상IT 3호(80억원) 등 나머지 펀드도 조만간 승인이 나거나, 참여 조합원을 확정지어 중기청에 등록신청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명필름이 주도하는 페타엔터테인먼트. 100억원 규모인 이 투자조합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30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 명필름(20억), CJ엔터테인먼트(20억), 페타캐피털(15억), 새롬엔터테인먼트(10억), YBM 서울음반(5억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명필름은 제작 이외에는 눈길을 돌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왔기 때문에 이번 투자조합 결성을 통해 모종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 심재명 대표는 “앞으로도 계속 영화제작사로서 활동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 “그동안 영화를 제작하면서 작품별로 투자사와 협상을 하다보니 항상 불안정했다. 또 내년에는 3편, 2003년 5편 등 차차 작품 수를 늘려갈 계획이므로 안정적인 자본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명필름 작품뿐 아니라 좋은 시나리오를 갖춘 작품에 부분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혀 투자사로서의 기능도 수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대기업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투자 및 배급을 해왔던 CJ엔터테인먼트의 투자조합 CJ엔터테인먼트 1호에도 눈길이 쏠린다. CJ쪽은 자사 자본 36억원을 포함, 중소기업진흥공단(24억), 영유통(10억). 드림디스커버리(10억) 등이 참여한 80억 규모의 이 조합을 통해 좀더 안정적이고 다양한 자금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 관계자는 “영화에 대한 투자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손실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투자한 영화에 대한 관리가 용이해질 수 있다”는 점을 투자조합 결성의 배경으로 설명한다.
한편 앞으로도 영진위의 지원자금 100억원을 기반으로 한 투자조합이 대거 결성될 예정이어서 이 같은 열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 같은 영화투자조합 결성 붐으로 인해 한국영화의 내실이 빈약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의 석동준 한국영화팀장은 “올 상반기의 몇몇 대작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과잉된 투자자본으로 졸작까지 과잉생산될 경우 관객들이 한국영화 전반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