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충무로의 소장 스탭들이 ‘비둘기 둥지’로 모여들고 있다. ‘비둘기 둥지’( http://cafe.daum.net/vidulgi/)는 지난 달 중순 인터넷에 개설된 자그마한 토론방. 하지만 그 이름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다정다감한 대화가 이뤄지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명백한 오해다. 이 공간은 그동안 제작 현장에서 열심히 일해왔지만 그에 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스탭들이 충무로 수뇌부에 대해 느꼈던 불만을 토로하고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만든 것.
애초 영화진흥위원회 웹사이트의 게시판에서 스탭들의 처우개선에 관해 활발한 논의를 전개하던 ‘비둘기’라는 아이디의 한 스탭이 만든 이 사이트에선 현재 45명의 ‘비둘기’가 모여 활동중이다. 이 공간은 “내가 생각하는 영화는 이게 아닌데 하는 분, 제작자니 감독이니 하고 폼잡는 사람들이 왠지 싫은 분, 자신이 아웃사이더라고 생각 하는 분, 혹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지내고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참여하고 있는 이들의 대다수는 현장 경험을 통해 영화제작사와 프로듀서에 대해 불만을 쌓게 된 현직 스탭들이다.
이들이 느끼는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충무로에 금융자본이다 뭐다 해서 자금이 풍부한데도 스탭들의 처우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 예컨대 23억원 예산의 한 영화제작에 참여하고 있다는 한 스탭은 “영화 촬영이 시작되면 80만원을 우선 준다고 했는데… 그리고 촬영 끝나면 80만원 주고, 후반작업 끝나면 80만원, 개봉하면 60만원, 총 300만원을 받기로 합의했는데 계약서는 받지 못했습니다… 설령 300만원을 전부 받아도 결국 올해 총 수입은 300만원이네여”라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있다. 물론 “스탭들의 노조를 만들어 제작자의 횡포에 맞서야 한다”, “사회단체와 연대해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행동도 제시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먼저 이들이 기대하는 것은 동료들의 관심과 제작자들의 합리적인 마인드가 아닐까.
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