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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암살자(들)>, 스크린 밖에서 이어지는 공방 - <암살자(들)> 논란을 키우는 것은 누구인가
글 배동미 2026-10-02

사진제공 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을 두고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지면서 영화계와 정치계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15일에 발생한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소재로 다룬 영화이다. 일부 관객은 이 영화가 암살 사건의 배후에 남편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다고 암시한다 주장하며 역사를 왜곡했다고 비판한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암살자(들)>을 향한 비판이 영화제작에 참여한 제작진과 배우들에게까지 번지자 10월1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작품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비판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것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과정”이라면서도 “제작 과정이나 참여 창작자와 관련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거나, 작품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작사와 감독, 배우, 스태프 등 개별 창작자에게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또한 “특정한 역사적 해석이나 사회적 주장에 대해 판단하거나 어느 한쪽의 입장을 지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하나의 작품을 둘러싼 논의가 작품에 대한 평가의 범위를 넘어, 제작사와 감독, 배우, 스태프 등 영화제작에 참여한 개인에 대한 공격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영화의 건강한 제작 환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같은 날 허진호 감독은 일간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영화가 박정희 대통령을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는 식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일부의 해석에 반박했다. 그는 “자신(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과연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라면서 “논리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애초에 그런 전제를 두고 영화를 만들지 않았고, 영화 역시 그렇게 결론 내리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허진호 감독은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면서 “누군가가 요약한 몇 장면이나 정치적 해석만으로 이 영화 전체가 규정되지는 않았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암살자(들)>을 두고 정치권도 갑론을박 중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9월29일 SNS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자기 부인까지 죽인 독재자로 만들어야 산업화를 실패한 역사로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며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을 용인한다면 결국 대한민국의 정통성도 무너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과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9월29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허진호 감독을 10월에 열리는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부르자고 건의하기도 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의 정치적 주장에 국민이 공감하면 관객수가 떨어질 것”이라며 참고인 채택에 반대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영화에 대한 판단은 정치권이 아닌 대중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허진호 감독 국정감사 참고인 채택은 여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불발되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9월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암살자(들)>에 중소기업은행이 20억원, 한국산업은행이 펀드 출자를 통해 4억원을 각각 투자했고, 제작사인 하이브미디어코프에 중소기업은행 참여 펀드 142억5천만원, 산업은행 참여 펀드 140억원 등이 투자되었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국책은행들이 좌편향 영화와 제작사에 수백억원의 투자를 한 경위와 이재명 정부의 개입 여부까지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라면서 “투자 경위에 외압은 없었는지, 청탁은 없었는지 이번 국정감사에서 최대 쟁점이 되리라 확신한다”라고 주장했다.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고소 고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10월1일 김경자 대통령정책실 사회수석비서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병재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등 6명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은 9월29일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와 허진호 감독, 권기준, 이지민 작가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고 밝혔다.

<암살자(들)> 제작진은 온라인에서 역사 왜곡을 주장하는 글이 확산되자 9월28일 기존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려는 목적이 없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제작진은 입장문에 “<암살자(들)>은 1974년에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과 관련하여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며 “제작진은 공개된 기록과 자료, 서적, 다큐멘터리 등을 폭넓게 조사하고, 실제 사건과 인물을 모티브로 하되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면서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제작진은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제작진은 그러한 의견을 존중한다”라면서도 “작품 고유의 창작 의도와 성격을 넘어 특정한 정치적 목적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또한 “작품을 창작의 산물로만 바라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다음날인 9월29일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중국 자본이 유입됐다는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문도 발표했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당사 및 영화 <암살자(들)>의 제작과 투자 과정에 중국 자본이 유입된 사실은 전혀 없다”라면서 “<암살자(들)>은 국내 제작진과 창작자들의 주도 아래 국내 자본으로 독립적으로 기획·제작된 작품”이라고 밝혔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또한 “최근 작품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과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작품에 대한 비판과 다양한 의견은 존중한다”라면서도 “다만 투자 및 제작 자본에 관한 사항은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사실인 만큼, 사실과 다른 정보가 더 이상 확대·재생산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허진호 감독과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공식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편의 영화를 두고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논란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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