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티파니 영이 첫 영화 주연작 <NIKO>를 촬영한 건 지난 2024년 겨울이다. 뮤지컬 <시카고> 공연을 병행하던 시기다. “지금까지 관리한 체력과 멘털, 쌓아온 퍼포먼스 스킬이 다 이 작품을 위한 것이었나?” 돌이켜보면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카메라 앞에서 온 맘을 다했다. 소녀시대로 무대를 오르내릴 때부터, 그에게는 “무비스타의 꿈”이 있었으니까.
기꺼이 소망을 펼치게 한 줄리앙 비르방 레비 감독의 <NIKO>는 디스토피아가 된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종말을 예감하는 청춘들 틈에서 티파니 영이 연기한 주인공 니코는 “이 시대의 마지막 낭만주의자”로 소개된다. 생계를 위해 솜사탕을 팔고, 열쇠나 현관문이 망가진 사람들을 위해 말동무가 되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니코에게는 자기만의 시나리오를 쓰겠다는 목표가 있다.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먼저 판단하기보다 이해해보려 한다”는 티파니 영은 공교로운 사고가 난 밤을 회상했다.
“<NIKO>를 준비하던 때, 도어록 배터리가 나가서 두 시간 정도를 집 앞에서 기다린 적이 있다. 평소 같았으면 다른 곳에 가 있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봤을 텐데, 그날은 니코의 클라이언트들에게 공감해보고 싶어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온전히 기다려봤다. 다른 날에는 일부러 솜사탕을 사먹어보기도 했다. 인생이 내게 이런 경험도 선물해주는구나! (웃음) 그렇게 바라본 니코는 참 바쁜 여성이다. 자기 안의 빈 곳을 어떻게든 채우려고 노력하느라.”
니코의 애인 제레미(산도르 푼텍)와 친구 지윤(김소이)은 그 조력자 혹은 방해자다. 티파니 영이 바라본 그들은 니코에게 “행복과 슬픔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사람들”이다. “누군가를 너무나 사랑하더라도 그 밑바탕에는 통증이 깔린 감정선이 존재할 수 있다. 그 마음을 독창적으로 표현할 방법을 찾는 것이 니코의 계획이었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영화는 <나 어떡해>를 세번 들려준다. 그중 니코가 춤인 듯 춤 아닌 동작으로 리듬을 타는 순간을 위해, 티파니 영은 은 곡이 흐르는 영화 <박하사탕>의 한 장면을 여러 번 돌려봤다. “영호(설경구)가 순수를 잃은 상태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나 어떡해>에는 니코의 과거, 현재, 미래가 담긴다고 해석했다. 내 몸은 음악을 들으면 춤을 출 수밖에 없도록 훈련된 터라 춤 없이 움직이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감독님이 잘 조립할 수 있도록 여러 재료를 드리고 싶었다. 이제 배우로서 연출자의 악기가 되는 일에도 흥미를 느끼는 중이다.”
티파니 영은 작품 분위기에 걸맞게 심신을 조율하고자 라나 델 레이의 3집 《Ultraviolence》를 반복 재생하며 촬영장을 오갔다고 한다. 그에게 <NIKO>는 “언어보다는 감정으로 소통하는 이야기”여서 그랬다. “관객에게도 자아실현(self realization)과 자아성찰(self reflection)의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 자기만의 여백을 채워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나와 타인의 마음을 열어주는 퍼포먼스를 하게 만드는 작품을 선택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