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과 장르적 쾌감의 절묘한 결합. 공포와 스릴러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을 숨 가쁘게 몰아붙이는 조코 안와르 감독이 올해도 부천을 찾았다. 그가 들고 온 신작 <고스트 인 더 셀>은 폐쇄적인 교도소를 무대로, 살인자 유령이 죄수들을 하나씩 처단하고 그 시신을 전시하는 잔혹한 연쇄 살인극이다. 장르적으로는 전작 <사탄의 노예들>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
“부천과 함께 성장한 감독”이라 스스로를 소개할 만큼, 조코 안와르에게 부천영화제는 각별하다. 그는 2007년 처음 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던 순간을 떠올린다. “2007년에 내 영화 <비밀>이 부천영화제의 폐막작이었다. 2008년에는 부천초이스 작품상을 받았고, 이후로도 환상영화학교 학장을 맡는 등 부천과 늘 연결되어 있었던 것 같다. 부천의 관객은 세계 최고다. 장르영화를 사랑하는 나에게, 이곳은 스토리텔링을 한층 더 배우게 하는 최고의 영화제다.”
<고스트 인 더 셀>에서 유령이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대상이 교도소 안의 권력형 범죄자라는 설정은 감독의 정부 비판적 시선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계급이 그 어느 곳보다 노골적으로 나뉘는 교도소 안에서, 부패한 정치인 출신 범죄자는 특혜를 등에 업고 황제 수감 생활을 누린다. “사실 나는 인도네시아 정부를 진짜 싫어한다. (웃음) 인도네시아는 울창한 우림과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는데, 채굴 과정에서 부패한 관료와 기업이 결탁하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정부를 축소한 미니어처로 교도소를 선택했다. 그 안의 죄수들이 시민의 역할을 대신해 관료를 비판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이번 영화에도 호러와 코미디가 혼합되어 있는데, 이처럼 인물이 ‘삐끗’하며 웃음을 주는 것이 영화의 매력이다. “창작자로서 호러는 인도네시아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효율적인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는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 봉준호 감독이 나의 아이돌인데, 그의 영화에도 진지한 부분과 코믹한 요소가 조화롭게 존재한다. 나는 그것을 매우 좋아한다. 내 영화에서도 코미디가 공포를 확장시키는 요소가 되기를 바란다.”
이 영화의 잔혹함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은 시체를 전시하는 방식이다. 유령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시신을 진열하고, 다음 희생자는 ‘분노의 아우라’를 통해 골라낸다. 붉은 분노의 기운이 감도는 인물이 곧 다음 처단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힘든 상황 속에서 오히려 행복한 척을 한다. 결코 행복하지 않은데도 남들 앞에서는 좋은 아우라를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살인자 유령이 나쁜 아우라를 가진 사람을 죽인다는 설정을 통해 억지로 행복을 연기해야 하는 그 상황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다.” 조코 안와르 감독은 호러가 관객에게 현실을 잠시 잊게 하는 쾌감을 줄 수도 있지만, 동시에 현실에서 외면해온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서로를 도우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 물음을 함께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