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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개방, 상식은 없고 원칙만 있다
2001-03-27

미이케 다카시의 <오디션>, 로테르담, 판타스포르투 상받고도 수입추천불가

일본영화 <오디션>이 다시 수입추천 불가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오디션>은 최고 인기작 가운데 하나였다. 전주시민상을 받은 이 영화는 다작으로 유명한 감독 미이케 다카시가 만든 공포영화로 얼마 전 포르투갈에서 열린 판타스포르투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판타스포르투에 다녀온 김지운 감독은 함께 간 한국감독들의 등을 떠밀다시피하며 <오디션>을 보게 만들었다고 뿌듯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오디션>을 보는 것은 아직 불가능한 것이다. 3차 개방까지 이뤄져 이제 웬만한 일본영화는 다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겠지만 <오디션>은 예외다. 왜일까? 여기엔 기구한 사연이 있다. 스타맥스에서 수입한 <오디션>은 지난해 6월 수입추천을 받으려다 불가판정을 받았다. 로테르담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받은 영화라 수입추천에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 영화사는 당황했다. 등급위는 로테르담영화제가 국제영화제작가연맹에서 인정하는 70여개 영화제에 들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수입추천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등급위 기준에 포함된 70여개 영화제에 발틱연안국의 영화만 대상으로 하는 칼리닝그라드영화제나 유럽국가영화만 대상으로 하는 바울영화제 등은 포함돼 있는 반면 아시아영화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하는 로테르담영화제는 누락돼 있는 것이다.

영화사를 낙담케 한 사건은 최근 다시 일어났다. 판타스포르투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아 이젠 자격이 됐다며 미소를 지으며 등급위를 찾은 영화사 관계자는 경악했다. 지난해 70여개 영화제에 들어 있던 판타스포르투가 올해는 빠졌기 때문. 수입추천을 받을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등급위를 나서고 말았다. 새롬엔터테인먼트에서 수입한 미사토 이시오카 감독의 <스카우트 맨>도 판타스포르투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고 수입추천을 준비하다 <오디션> 소식을 접하고 낙심한 상태다. 단지 재수없는 경우라는 말로 설명이 될까? <오디션> 수입사인 스타맥스는 “말도 안 된다”고 항의한다. “국제영화제작가연맹이 인정한 영화제란 단순히 가입비를 냈는가 아닌가로 결정되는 것인데 어떻게 원칙이 될 수 있냐”는 것이다. 로테르담이나 판타스포르투가 포함되지 않은 걸로 봤을 때 영화사의 주장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문제는 등급위나 문화부의 경직된 사고방식이다. 국제영화제의 변화추이나 경중에 관해 무지한 상태에서 일단 원칙을 정해놓으면 뭔가 큰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바꾸려들지 않는다. 편의를 위해 쉽게 기준을 정하고 “우린 원칙대로 한다”고 되뇌는 공무원주의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상식이 있다면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할 일이다.

남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