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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026년 설 연휴 극장가의 승자는… <왕과 사는 남자>
이자연 2026-02-27

장항준 감독·쇼박스·CJ CGV가 말하는 <왕과 사는 남자> 흥행 요인

<왕과 사는 남자>

2026년 설 연휴 극장가의 승자는 단연 <왕과 사는 남자>다. 지난 2월 4일 개봉 이후 19일 만에 600만명(2월26일 기준)을 돌파하면서 현시점 독보적인 스코어를 기록 중이다. 특히 설 연휴 내내 관객수가 계속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연휴 첫날인 14일 35만여명을 시작으로 15일 46만여명, 16일 53만여명, 17일 66만여명까지 늘어났다. 17일의 경우,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설 연휴 일일 최다 관객수라는 기록을 경신했다. 흥행 속도도 무척 빠르다. 사극 최초 1천만 관객을 모은 <왕의 남자>와 지난해 한국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한 <좀비딸>보다 관객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쟁쟁한 2파전이 될 거라 예상했던 <휴민트>와 연휴 동안 격차를 크게 벌이며 1위 자리를 지켜냈다.

많은 이들이 닷새간의 긴 연휴로부터 힘을 얻은 배급 전략을 <왕과 사는 남자> 흥행 요인으로 꼽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긴 어렵다. 오히려 그 반대다. 팬데믹 이후 설과 추석을 겨냥한 흥행 공식이 무너지면서 이 변화를 체감한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는 도리어 명절 개봉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2023년 추석에는 개봉작 <거미집>과 <보스톤 1947>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대중의 관심을 독차지했고, 2024년 설 연휴엔 텐트폴 작품이 전무했다. 같은 해 추석에 <베테랑2> 가 흥행의 파도를 탄 뒤 2025년 설 연휴에 <하얼빈> <히트맨2> <검은 수녀들> 등 다양한 작품이 스크린에 올랐지만 그해 2월 한국영화 매출액은 263억원(관객수 270만명)으로 전년(399억원) 대비 60.3% 감소했다. 마지막으로 2025년 추석에는 <어쩔수가없다>와 <보스> 로 유연한 반등 곡선을 보였다. 다시 말해 장기간 연휴 동안 해외 여행, 실외 활동 증가 등 관객 이탈이 쉽게 발생하는 명절은 개봉 시기로 기피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전년도 설 연휴(2025년 1월25~30일) 관객수 284만명 대비, 올해 설 연휴의 관객수는 402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설보다 42%나 증가한 결과다.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담당은 “영화 흥행지표라 할 수 있는 좌석판매율만 해도 <왕과 사는 남자>가 독보적”이라고 설명했다. “2월17일 설 당일 <왕과 사는 남자>의 좌석판매율은 58.4%로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60%의 수치가 어느 정도냐면 조조와 심야 빼고 거의 만석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작품 대비 두배 이상의 수치다.” 관객 연령대에서도 특이점이 비친다. 황재현 전략 지원담당은 “보통 2030 관객 비율이 가장 높은 데 비해 이번 설 연휴의 <왕과 사는 남자>는 40대가 가장 높았다”고 짚었다. 그리고 이는 보편적 생애주기로 해석했을 때 가족 단위로 방문하는 관객이 많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조수빈 쇼박스 홍보팀장은 “역사적 비극을 다루면서 영화가 끝난 뒤 모든 가족구성원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세대적 정보 편차가 없는 작품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왕과 사는 남자>가 작품성으로 흥행을 거두었다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왕과 사는 남자>가 보완하지 못한 연출적·기술적·서사적 아쉬움을 생각하면 오직 완성도나 각본의 힘만으로 성공을 설명하기 부족하다. 그렇기에 <왕과 사는 남자>는 영화 바깥의 복합적인 요소들이 어떻게 화학작용을 냈는지 들여다보기에 충분히 의미 있는 문화현상이자 극장의 희망이다. 이 작품을 연출한 당사자는 어떻게 평가할까. 누적 관객수 1천만명까지 예측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장항준 감독에게 흥행 요인을 직접 물었다. “사실은 지금도 그렇게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웃음)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이 될 만한 전통 적인 요소를 갖춘 건 없다.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대작도 아니고. 사극 중에서도 극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편도 아니다. 극장에 가지 않는 시대에 유배지에서 벌어지는 일을 왜 사람들은 보고 싶어 할까? GV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몇년 동안 극장에서 다 같이 웃고 울었던 적이 없던 것 같다고.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사람들이 극장에서 웃고 울고 하는 광경을 오랜 만에 겪었다고. 우리가 기억하는 극장이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소환되는 느낌이었다.”

표본이 많아질수록 의견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650만 관객수만큼 각기 다른 감상이 쏟아지는 지금, 연출적·기술적 아쉬움을 전한 관객 반응에 대해 묻자 장항준 감독은 “듣고 보면 다 맞는 말”이라고 답했다. “어설픈 호랑이 CG나 번개가 반복해서 번쩍이는 장면에 대한 지적은 모두 납득이 갔다. 아쉬움도 크고. 그렇지만 기술적인 것들은 개봉일에 맞추기 위해 절충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 작품은 작업 환경이 극단적이지 않았다. 마감을 위해 밤을 새거나 밥때를 놓친 다거나. 충무로에 오래된 말이 하나 있다. 촬영 현장이 즐거우면 영화가 흐지부지 나온다고. 그러니까 현장이 힘들고 감독이 소리 좀 질러야 작품이 잘 나온다는 거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 다.” 실제로 호의적이지 않은 관객 반응이나 비판적 의견을 객관적으로 수용하는 감독의 태도도 큰 몫을 했다. 이전부터 장항준은 “내가 연출을 잘했으면 벌써 천만 감독이 됐을 것”, “다들 인복이라고 하는데 그 사람들을 누가 모았나. 바로 나다”와 같이 메타 인지를 기반한 유쾌한 말을 남기며 재치 넘치면서도 겸손하고, 얄미우면서도 친근한 대중적 이미지를 이어왔다. 작품 리더에 대한 긍정적 인상은 작품에 대한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여기에 팬들의 요청을 결코 머뭇거리거나 거절하는 법 없는 박지훈 배우의 팬 서비스 태도가 더해지면서 <왕과 사는 남자>는 긍정을 넘어 ‘어쩐지 보고 싶은 작품’이 되었다.

<왕과 사는 남자> 신드롬은 앞으로 극장가에 어떤 영향을 줄까. 조수빈 홍보팀장은 “지난해 천만 영화가 탄생하지 않고 전체 관객수도 주저앉은 상황이었지만 여전히 영화를 보러 나올 준비가 돼 있는 관객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그 자체가 유의미”하다고 전했다. 이어 장항준 감독은 “한국영화에 진짜 중요한 것은 한두 작품의 독주가 아니다. 모든 작품이 골고루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전체 평균이 올라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왕과 사는 남자>가 극장만이 지닌 재미를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해서 영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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