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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우주 최초의 소리부터 사이키텔릭한 정화까지, <시라트>의 음악과 음향에 관하여
정재현 2026-01-29

음악감독 캉딩 레이를 아십니까

캉딩 레이 음악감독. SHUTTERSTOCK

동시대 일렉트로닉 음악의 최전선에서 활약 중인 캉딩 레이는 1978년생 프랑스 태생으로 본명은 데이비드 르텔리에다. 어린 캉딩 레이는 그런지록에 심취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아마추어 뮤지션 생활을 이어갔다. 그의 첫 직업은 건축가였다. 독일로 터전을 옮긴 그는 장벽 붕괴 직후 매일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던 베를린에서 건축의 수혜를 누렸다. 마침 재건의 도시 베를린에선 신인류의 음악, 테크노가 태동 중이었다. 건축가와 테크노 러버의 생활을 병행하던 그는 2006년 <Stabil>을 출시하며 전업 뮤지션의 길로 들어선다. 그는 스스로를 뮤지션이 아닌 예술가로 정의한다. 그에게 창작이란 “자신 안에 내재된 열정을 설치미술, 현대미술, 영화, 클럽 음악 작업에 각각 녹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시라트>는 캉딩 레이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두 번째 영화다. 작품의 일부에만 음악이 쓰였던 데뷔작 <내 흉터에 입 맞춰줘>(2022)와 달리 <시라트>는 스코어가 러닝타임의 56%(62분)를 지배하는 영화다. 1년 반의 긴 시간 동안 오로지 <시라트>에만 매달리며 “본능을 자극하는 사운드를 타협 없이 밀어붙인” 캉딩 레이는 이 작품을 통해 칸영화제 사운드트랙상, LA비평가협회상 음악상 등을 수상했다. 테크노를 연료 삼아 시동이 걸린 그의 트럭이 앞으로 영화계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궁금해진다.

두 트랙 이야기

<시라트>에서 스코어가 가장 두드러지는 두 장면은 단연 <Katharsis>와 <Desierto>가 흐르는 시퀀스일 것이다. 캐릭터들의 생사를 결정짓는 두 장면 각각에 흐르는 음악은 캉딩 레이와 올리베르 락세의 숙고 끝에 탄생했다. 먼저 <Katharsis> 시퀀스로 가보자. 레이버들은 사막에서 환각제를 복용한 후 자신들이 겪은 상실과 공포를 춤으로 극복하고자 음악을 튼다. 캉딩 레이는 이때 흐르는 <Katharsis>가 “대사 없는 정화의 의식”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이 음악을 기점으로 영화가 사이키텔릭하게 변하기 때문”에 중요했다고 한다. 이미지든 사운드든 모두 “강렬한 의미로 가득차길 바랐던” 올리베르 락세의 의지에 의해 탄생한 6분여의 대곡이다.

영화의 후반. 단 한 발걸음이 생사를 결정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영화는 서스펜스 가득한 음률 대신 경쾌한 테크노를 끝없이 매설해둔다. 올리베르 락세가 캉딩 레이에게 “우주 최초의 소리를 찾아달라”는 주문으로 만들어진 <Desierto>다. “긴박한 장면이라 긴장감을 높이려는 본능이 일었지만 음악을 통해 오히려 희극적 희망을 선사하고 싶었던” 캉딩 레이는 수년 전에 작곡했다가 버려두었던 음악을 하드드라이브에서 찾아 올리베르 락세에게 들려주었다. 둘은 아르페지오(음계가 차례대로 상행하는 화음)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Desierto>의 초기 버전을 화면에 입히자마자 동시에 “대박이다”(라고 번역했지만 영어의 비속어 ‘WTF’다)라며 쾌재를 불렀다고.

몸부림 그리고 사막

촬영 현장의 올리베르 락세 감독.

<시라트>의 음악은 촬영 전 이미 90%가량 완성됐다. 올리베르 락세 감독은 이미 완성된 음악을 염두에 두고 촬영할 수 있었고, 후반작업 단계에서도 음악이 편집을 따르기보다 편집이 음악을 따를 수 있어 수월했다고 밝혔다. 캉딩 레이 또한 올리베르 락세 감독 집 근처에 위치한 편집실에서 감독과 함께 지내며 자신의 음악이 컷과 영화의 리듬을 결정하는 축으로 활약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캉딩 레이가 <시라트>를 작업하며 신경 쓴 두개의 키워드는 몸부림과 사막이다. 그는 레이버들이 추는 춤이 그저 안무에 지나기보다 강력하고 원초적이며, 사력을 다해 저항하는 몸부림임을 염두에 두고 음악을 만들었다. 테크노에서 출발한 음악은 서서히 해체돼 ‘무(無)의 경지’에서 끝나고, 육중한 타격음은 점차 입자로 분해돼 끝내 모래알 같은 소리로 녹아들길 바랐다. 뺨을 얻어맞는 듯한 에너지와 심연으로 추락하는 에너지가 이들의 몸부림을 증폭하길 원했다. 한편 모래알 같은 소리는, 캉딩 레이가 언급한 사막의 질감과 통한다. 그는 “모래, 바위, 뜨거운 태양, 무한한 지평선, 말라붙은 강바닥”과 같이 “거칠고 격렬한 촉감”이 음악에 묻어나길 바랐다. 올리베르 락세 감독과의 회의 끝에 그가 찾아낸 사막의 소리는 영화의 주제와도 통한다. “하늘 아래에서 자신이 얼마나 작고 미미한 존재인지, 그 광활함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했다. 결국 음악과 함께하는 사막에서의 방랑은 우주의 거대함과 직면한 후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시라트>가 구현하고자 했던 사막의 질감은 사운드 믹싱 과정에서도 긴요했다. 음향디자이너 라이아 카사노바스는 이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 바람을 공수했다. 영화 전반부의 바람 소리는 모로코와 사하라에서 왔고, 후반부의 바람 소리는 아이슬란드에서 왔다. “더 고요하면서도 저주파가 강한” 북반구 고위도의 바람이 기묘한 리듬의 후반부에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영화에 부합하는 사운드를 살리고자 녹음 당시 마이크의 보호 장치를 제거해 바람이 마이크를 때리는 거친 소음까지 모두 수음해냈다. 또 관객이 레이버들과 함께 춤추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배우들을 섭외해 개별 목소리들을 스코어 안에 삽입했다. 좋은 음향 시설이 갖춰진 극장에서 <시라트>를 본다면, 음악과 더불어 수많은 언어들이 관객의 귓바퀴를 스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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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