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리라는 닉네임으로 영화제 기념품을 선보이기 시작한 때부터 또각이라는 사명을 걸고 콘텐츠 업계 전반에서 활약 중인 현재까지, 윤자영 대표의 손을 거친 수많은 굿즈 중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은 무엇일까? 그를 세상에 알린 물건이라 할 수 있는 배지, 요즘 너도나도 가방에 달고 다니는 키링, 영화를 한손에 펼칠 수 있는 책자, 전통의 인기 굿즈인 포스터, 떠오르는 희소 굿즈인 박스세트를 모두 만들어본 그에게 종별 최애 작업을 묻고 그 제작기를 들었다.
2018 BIFF×MAKERS ‘영화 너무 잘봤구요’ 씨네필 GV 배지
“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메이커스와 협업한 굿즈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처음에는 안경을 잡고 ‘우선… 영화 너무 잘봤구요’라고 운을 떼는 관객을 그려 배지를 제작했는데, 영화제에서 이 배지가 화제가 된 뒤로 ‘영화과 학생입니다’라고 자기소개하는 관객, ‘앗 시간이 벌써!’라고 말하는 모더레이터까지 배지로 만들어 씨네필 GV 배지 3종 세트를 갖출 수 있었다. 영화제에서 굿즈를 구하지 못해 아쉬웠다는 분들이 많아 텀블벅 펀딩까지 진행했다.”
<어쩔수가없다> 올해의 펄프맨상 미니 트로피
“<어쩔수가없다>는 개봉 전까지 보안이 아주 철저했던 작품이다. 영화를 보지 못한 것은 물론 줄거리도 파악하지 못한 채 작업해야 했다. ‘올해의 펄프맨상’ 트로피 모양의 키링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이 트로피가 영화에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납작한 평면으로는 트로피의 디테일을 보여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금속이나 나무를 쓰는 방안 등 여러 가지 입체 제작 옵션을 떠올리다가 3D 모델링을 활용한 버전으로 발전시켰다. 트로피가 들어갈 박스 디자인도 고심했다. 관계자들에게 영화에 관한 힌트를 꼬치꼬치 묻다가 주인공 만수(이병헌)가 러시아의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여러 겹의 장갑을 꼈다가 벗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순환’과 ‘반복’이라는 키워드를 얻었다. 덕분에 레이어가 많은 상자를 만들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논의 끝에 완성한 굿즈라 각별하다.”
<서브스턴스> CGV 디깅 타임 컨셉북
“CGV에는 영화를 본 관객에게 스페셜 굿즈 패키지를 증정하는 ‘디깅 타임’ 회차가 있었다. <서브스턴스> 개봉 당시에도 또각이 디깅 타임을 위한 소책자와 포스터를 만들었다. 이때는 다행히 미리 영화를 보고 작업할 수 있었다.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편이지만 몇번씩 반복 감상했다. 컨셉이 확실하고, 이미지가 다양한 작품인 만큼 그 강점을 굿즈로 잘 발전시켜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자 내지에 영화 속 요소들을 이것저것 넣을 수 있어 재밌었는데, 그 책자를 감싼 커버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수(마거릿 퀄리)가 엘리자베스(데미 무어)의 등을 찢고 나오는 장면, 그 등을 꿰매는 장면이 특히 강렬하지 않나. 그 충격을 커버로 구현하고자 피부 같은 촉감의 스킨 코팅을 택했다. 후가공으로 구멍을 뚫고, 철사 느낌의 검은 끈까지 묶었다. 커버 하나를 위해서만 인쇄 업체, 타공 업체, 수작업 업체 등 거의 서너 군데를 거쳤다. 만만치 않았던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벌새> 추석맞이 일러스트 포스터
“관객으로서 <벌새>를 참 좋아했다. 스페셜 포스터까지 꼭 잘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 이 영화의 매력을 하나의 이미지에 담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마침 영지(김새벽)가 한문 선생님이고, 내 전공은 동양화였으니 동양화풍 그림을 그려보면 재밌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 찻잔, 주전자, 베네통 가방 등 영화에 나온 오브제들을 마치 책가도처럼 배치해봤다. 포토샵으로 일러스트를 그리며 작업했지만, 간만에 전공을 살려본 기분이었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 어드벤트 캘린더 세트
“티빙 시리즈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 2025년 정식으로 공개되기 전에 2024년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서 3화까지 먼저 상영한 적이 있다. 그때 이 작품을 보고 반해 내가 먼저 티빙에 연락해 굿즈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7일 동안 벌어진 이야기라는 컨셉이 분명한 만큼 7일간 굿즈를 뽑아 간직할 수 있는 어드벤트 캘린더를 티빙과 함께 기획했다. 박스에 일곱칸을 내고 배지, 달력, 인형, 명찰, 스티커, 마스킹테이프, 메모지, 안대를 나눠 담기로 했다. 문제는 굿즈마다 제작 일정이 다르다는 것! 하나씩 기다리며 박스를 채워야 한다는 게 까다롭기도 했지만, 직접 제안해 성사시킨 프로젝트라 뿌듯한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