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게임
[culture game] 세이브 더 게임
박수민(영화감독) 2026-01-12

영화, 드라마, 도서, 음반 등에서 그해의 작품들을 베스트 순위나 리스트로 뽑듯이 게임도 고티(GOTY, Game Of The Year)를 정리한다. 아직 몇개 시상식과 매체의 집계가 남았지만, 2025년 고티 최다 지명 게임은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가 될 것 같다. 지난해 TGA에서 이 게임은 고티 포함해 9관왕으로 역대 최다 부문 수상 기록을 세웠다. TGA 수상이 진행자 제프 케일리와의 사적 친분에 좌우된다는 세간의 의심이 무색하게도, 그 고지마 히데오 감독이 단상에 한번도 오르지 못한 채 무관으로 객석에만 앉아 있던 모습이 신선했다고 할까. 엄청나게 무거워 보이는 근사한 트로피를 주는, 시상식의 탈을 쓴 지상 최대의 게임 트레일러 쇼에 공정성과 전문성에 관한 심각한 이의를 제기하긴 좀 우습다. 하지만 메이저 퍼블리셔가 배급하고 거액의 개발비와 외주 작업까지 수백명의 인력이 참여한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가 인디 게임 부문까지 독식한 것은 ‘인디 게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안긴다. 게다가 이후 더 인디 게임 어워드에선 개발 과정에서 생성형 AI 사용 여부가 뒤늦게 문제가 되어 이미 시상식이 끝난 뒤 고티와 인디 데뷔작 수상을 박탈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인디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논란과 민감한 AI 활용 문제까지 소환했기에, 2025년 업계의 현 상황을 상징하는 게임으로서는 고티가 틀림없겠다. 아직 도입부만 해본 게이머로선 2025년의 고티가 정말로 ‘고트’ (GOAT, Greatest Of All Time)인지는, 늘 그렇듯 오직 시간만이 해결해줄 숙제다.

플레이를 도중에 멈춘 해묵은 세이브 파일들이 콘솔과 스팀에 한 가득일 게이머들에게 게임 대신 넷플릭스에 공개된 <세이브 더 게임>(2024) 다큐는 2026년 새해 시작으로 좋은 선택이다. 한국 게임사의 짧은 30년을 거칠게나마 요약하는 이 다큐에서 특히 1부 패키지 게임에 청춘을 바친 개발자들의 흥망성쇠(흥과 성은 잘 없어 보인다)는 올드 게이머의 눈시울을 느닷없이 적시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우리와 게임은 구해졌나? 언젠가로 플레이가 미뤄진 채 그저 세이브만 되어 있진 않은가? 다시, 게임을 시작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