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브랜드가 되어 공적이고 사적인 생활을 스토리텔링해야 한다고 밀어붙이는 왕성한 자기개발의 시대에 소설가이자 글쓰기를 강의하는 대학교수인 제인 앨리슨은 어떤(나는 여기에 ‘대중적이지 않은’이라는 수식어를 더하고 싶다) 소설들이 지닌 독특한 패턴들을 읽어내고자 시도한다.
<구불구불 빙빙 팡 터지며 전진하는 서사>라는 책 제목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우연이 아닐 텐데, 극적 호(dramatic arc) 구조와 일치하지 않는(더 정확히는 일치할 수 없는) 장편소설들의 패턴을 읽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책 작업은 W. G. 제발트의 <이민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태로 읽어가기를 감내해야만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는 제발트의 작품을 읽어본 적 있다면 <이민자들>에 대한 “분위기가 만들어낸 하나의 색조를 지닌 텍스트”라는 이 책의 평을 이해하기가 조금은 더 쉬울 것 같다. 이 색은 상징도 서사의 초점도 아니고 이야기의 캔버스 전체에 칠해져 있다는 것이다. 이 책 이야기는 ‘그물망과 세포’ 장에 다시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제발트가 이미지에서 이미지로 연결선을 긋는 방식을 설명한다.
서사를 쌓아올리는 고유한 방식을 지닌 조이스 캐럴 오츠의 <블랙 워터>는 ‘방사형 혹은 파열’에 대한 화두에서 등장하는데, 확정적으로 물에 빠져 죽어가는 주인공의 삶과 죽음의 다급함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삶의 몇몇 사건들이 명멸하는 문장으로 화해 독자의 눈앞에서 번뜩거린다. 같은 ‘방사형 혹은 파열’의 예시로는 알랭 로브그리예의 <질투>도 있는데, 사물을 집요하게 그려내는 특징적인 문장들로 흔히 설명되는 이 소설이 이 책에서는 “질투라는 만성적인 동요 상태를 구조화하면서 시간성을 내던져버리고, 대신 움직임들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패턴을 끈질기게 추적한다”고 논평한다.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작품들이 사례로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은 아쉽지만, 반복해 언급되는 <이민자들>과 앤 카슨의 <녹스>를 읽고 이 책을 통해 구조로 해석하는 경험을 한다면 분명 크게 즐거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