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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예상 밖에서 빛나는, 배우 데구치 나쓰키
남선우 2026-01-08

SHUTTERSTOCK

지난 12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차기작 <룩백>의 티저 포스터가 공개되었다. 2026년 개봉예정인 이 작품은 단편만화로 탄생해 애니메이션을 거쳐 실사화된 것이다. 그림이라는 형태로 남아야 그 본질이 전해질 수 있는 이야기라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못내 이 신작을 기대하게 하는 이름이 있다. 연출자가 무려 고레에다 히로카즈지만 지금 언급하고 싶은 이는 주인공 교모토 역을 소화했다는 소문이 무성한 배우 데구치 나쓰키다.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이지만, 공식적인 부인도 없어 모두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이 캐스팅은 분명 한눈에 이해되는 조합은 아니다. 시부야 거리를 걷다가 기획사 직원의 러브콜을 받고 모델로 데뷔할 만큼 눈에 띄는 비주얼의 소유자가 집 밖을 통 나서지 않는 더벅머리의 만화가 지망생을 연기한다니 말이다.

하지만 2025년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영화 <올 그린스>를 본 관객이라면 데구치 나쓰키와 교모토 사이의 거리가 그리 멀지만은 않게 느껴질 테다. <올 그린스>에서 데구치 나쓰키가 분한 야구치, 일명 ‘밀크’로 불리는 그에게는 교모토 못지않은 음영이 져 있다. 고야마 다카시 감독은 일견 고생이라고는 모를 것만 같은 배우의 얼굴을 적극 이용한다. 극 초반에는 소외된 급우를 무시하는 것을 포함해 다방면에 능숙한 여고생으로 보였던 밀크는 다음 챕터에서부터 관객에게 그 눈빛의 출처를 들킨다. 미성숙한 엄마를 돌보느라 완전무장에 익숙해진 딸은 뜻밖의 우정을 겪으며 어깨를 턴다. 자기의 쓰임을 정확히 아는 배우가 그러하듯, 데구치 나쓰키는 <올 그린스>에 자기를 대표하는 이미지와 그것을 탈피했을때 생기는 의외성을 마구 섞어 장면을 요리해 낸다.

한국에서 정식 개봉한 작품 수는 적지만 2018년 데뷔 이래 성실히 잡지 커버와 필모그래피를 채워온 덕에 일본 Z세대의 인기를 한몸에 누리고 있는 그도 고민을 안고 있다고 한다. 오래 수련하는 단계를 거치지 못한 채 우연한 계기로 업을 시작해 늘 자신의 부족함을 의식하게 된다는 것. “감독님으로부터 ‘오케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불안이 자신감으로 바뀌어요. 그것을 반복하면서 촬영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마 그것뿐일 거예요.” 한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속내는 앞으로 그가 더 믿음직스러운 배우로 자랄 것이라는 바람을 품게 한다. 당장 1월21일 한국에서 개봉하는 영화 <나만의 비밀>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다. 특별한 능력으로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소녀 미키가 데구치 나쓰키의 현재를 찬란히 발산하기를 기대한다.

<올 그린스>

영화

2025 <올 그린스> <나만의 비밀>

2024 <아카바네 호네코의 보디가드> <봄이 사라진 세계>

2023 <그 꽃이 피는 언덕에서, 너와 다시 만난다면>

2022 <침묵의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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