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에서 가부키 명문가의 아들 슌스케 역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고시야마 게이타쓰는 국내 관객에게 새로운 얼굴이다. 하지만 그는 자국인 일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주목받고 있는 신예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이미 10개 이상의 작품에 출연했다. 2026년 1월 국내에서 개봉하는 <마이 선샤인>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 2025년 ‘일본 아카데미 신인배우상’, ‘키네마준보 베스트10 신인남우상’ 등을 휩쓸며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2009년생으로 올해 17살. 아이돌 활동도 병행 중인 고시야마는 어쩌면 우리가 ‘소년’이라는 단어에서 기대할 법한 이미지를 가장 정석적으로 체화한 배우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크린에서 그의 연기는 소년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 가닿곤 한다. <마이 선샤인>에서 타쿠야로 분한 그는, 친구들과 야구를 하다 문득 멈춰 서서 눈 내리는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홀연히 궤도를 이탈한 채 아름다움을 응시하는 그의 눈길은 영화의 시간을 멈추게 한다. 타쿠야는 자신의 주종목인 아이스하키를 잘해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사쿠라(나카니시 기아라)를 통해 접한 피겨스케이팅의 움직임에 마음을 빼앗겨 아이스하키복을 입은 채로 빙글빙글 돌기도 한다. 타쿠야는 어리고 무방비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포착하는 눈을 지녔다.
이러한 특성은 고시야마가 <국보>에서 연기한 슌스케도 얼마간 공유한다. 가부키 집안의 적장자 슌스케는 핏줄은 아니지만 재능은 출중한 키쿠오(구로카와 소야)에게 위협받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키쿠오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얼핏 보아 슌스케는 모질지 못한 도련님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키쿠오의 춤을 아끼고 인정한다. 그의 눈길 안에서 키쿠오는 성장한다. 슌스케는 훗날 텅 빈 무대 위에 앉아 관객의 시선이 느껴진다고 말하는데, 그가 현실이 아닌 예술의 시간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한다.
스크린 속 고시야마는 마냥 여리고 말갛게 보인다. 하지만 그의 눈은 일상에 깃든 예술의 환영을 놓치지 않으며, 끝내 그것을 끌어와 우리 앞에 새기고야 만다. 그래서일까.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펼치는 영화에서 자꾸만 그가 보이는 것은. 비어 있는 듯 투명한 표정으로 기어이 아름다움에 접속하는 그의 눈빛은 영화적이다. 우린 아마도 고시야마 게이타쓰와 꽤 오랫동안 함께하게 될 것이다.
영화
2025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국보>
2024 <마이 선샤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