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2
[기획] 순수함의 격정, 배우 구로카와 소야
김소미 2026-01-08

SHUTTERSTOCK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는 20년간 지켜온 철칙이 있었다. 미성년 배우에게 대본을 외우라고 지시하지 않는 것, 웬만해서는 아예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2023년 <괴물>의 촬영장에서 누군가가 이 고집을 꺾어놓았다. 13살 배우 구로카와 소야였다. 여러 매체를 통해 고레에다는 구로카와 소야의 말을 회상했다. “감독님의 대본을 전부 읽고 싶어요. 제 마음이 어디서 움직이는지 느껴보고 싶습니다.”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를 향한 마음이 세상의 언어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중인 미나토(구로카와 소야)는 종종 물음을 가장해 절규하는 소년이다. 혼란과 위악이 뒤섞인 인물의 표현법을 배워가면서 구로카와 소야는 감정을 몸의 감각으로 바꾸어 연기해보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조언에 힘입었다. 슬플 때는 목구멍이 조여오고 기쁠 때는 추운 날에도 뱃속이 따뜻해진다고 가만한 자태로 자기 몸을 감각해보던 소년에게 일본 아카데미상은 신인배우상을 안겼다.

2년 후 <국보>의 촬영장. 구로카와 소야는 가부키극에서 남성배우가 연기하는 여성 인물인 온나가타를 위해 태어난 존재 키쿠오를 연기했다. 무대 위에선 깨어질 듯 아름답지만 슌스케를 빤히 응시할 땐 그 시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단이 인물의 깊이를 만든다. 부산에서 만난 이상일 감독은 이렇게도 묘사했다. “그는 결코 쉽게 납득하지 않을 것 같은 복잡한 눈동자를 가졌다.” <국보>에서 구로카와가 처음 관객에게 각인되는 인상적인 장면은 소년이 게이샤로 분장해 춤을 출 때다. 가부키 가문의 당수 하나이 한지로(와타나베 겐)는 그의 타고난 재능을 즉각 알아본다. 소년과 소녀의 경계에 선 듯한 중성적 분위기, 순수함과 격정이 공존하는 불안정한 위태로움은 배우 구로카와 소야의 천부적 재능이기도 하다.

일본 박스오피스 1천만 관객을 진즉에 돌파한 <국보>를 딛고 구로카와 소야는 지금 단연 화제의 10대 배우로 추앙받는 중이다. 5살에 아역 데뷔 후 시대극, 음악극 무대 등을 거쳐 성공적인 스크린 배우로서의 행보까지 증명한 이 소년 배우는 요즘 외로움을 연기의 자원으로 삼으라는 어느 선배의 조언에 사로잡혀 있다. “외로움이 배우를 강하게 만든다는 말의 의미를 아직은 모르겠지만, 계속 곱씹게 된다.”(일본 잡지 <앙앙>) 기쁨과 슬픔의 온도를 몸으로 익힌, 수상할 정도로 섬세한 힘을 지닌 16살 배우가 머지않아 외로움의 온도까지 알게 되는 날이 올 듯싶다. 스크린에서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자신의 마음이 어디서 움직이는지 알고 싶다던 소년이 그 물음에 답해가는 과정을 목격하는 행운이다.

<괴물>

영화

2025 <국보>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2023 <괴물>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