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만 배우 가와이 유미가 출연한 영화 세편이 한국에서 개봉했다. 그가 원톱 주연이라 할 수 있는 <나미비아의 사막>, 삼각관계의 한축이 된 <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아직 말할 수 없는 나는>, 초반부 극중극에 등장하는 <여행과 나날>이 차례로 극장을 밝혔다. 신작의 기세에 힘입어 2026년 1월 내한을 앞둔 그는 일찍이 <썸머 필름을 타고!>의 킥보드 역으로 한국 관객의 눈에 들었다. 친구를 도와 카메라를 잡는 SF 애호가의 활력을 기억한다면 그가 한해 동안 스크린에 줄곧 비춰온 표정이 생경할지도 모르겠다. ‘푸른 봄’이라 미화되는 시절을 비웃듯 웃음기를 걷어낸 가와이 유미의 얼굴들은 욕망의 대상이 되는 와중에도 불안의 주체로 생동했다.
가와이 유미가 자신의 인생을 바꾼 영화라 칭한 <아미코>의 감독 야마나카 요코와 협업한 작품 <나미비아의 사막>에 그 정수가 묻어 있다. 여기서 가와이 유미가 연기한 여자 카나는 두 남자 사이를 오가는 것 이상으로 방황한다. 무얼 위해 살아야 하는지 몰라 라이브 스트리밍 영상을 보며 시끄러운 속내를 잠시 잊는다. 마른 땅의 오아시스를 찾아 기웃거리는 동물들을 지켜보다가 돌연 화면 속 화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이 인물은 무지의 지를 자각한 초연함으로 러닝머신을 뛴다. 아니, 초연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도록 달린다. 그 끝에 ‘잘 모르겠다’는 말을 외국어로 되뇌는 카나에게 어찌 네 고통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감독이 나와 닮은 인물을 창조하지 않았다는 걸 알지만 카나라는 역할은 굉장히 가까운 존재로 느껴진다”고 고백한 가와이 유미는 혼란을 부각하지 않는 방식으로 도리어 관객의 섣부른 공감을 차단할 줄 안다. 야마나카 요코 감독은 그 서늘한 눈초리 아래서 뿜어져 나온 음성을 특히 칭찬했다. “목소리가 배에서부터 나오지 않는 듯한 느낌, 타인을 빈정거리듯 말하는 방식 등 여러 가지 목소리의 색을 가졌다.”
그 후 <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아직 말할 수 없는 나는>에서 가와이 유미가 분한 사쿠라다야말로 그 팔레트를 다채롭게 조색해 탄생한 캐릭터다. 이 작품에서 가와이 유미는 외톨이들의 로맨스로 시작해 죽음의 그림자로 물드는 청춘물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첫사랑의 말간 미소부터 남겨진 자의 억센 냉소까지 지으며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4월이 되면 그녀는>에서 선보인 연기의 확장판을 펼쳤다. 자기 불행에 침잠하다가 이기적으로 돌변해버리는 태도마저 청춘의 증거. 지금 일본영화가 아끼는 젊음의 단면은 가와이 유미의 입꼬리에서 더 날카로워지는 중이다.
영화
2025 <여행과 나날>
2024 <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아직 말할 수 없는 나는>
2024 <나미비아의 사막> <룩백>(목소리 출연) <안이라는 이름의 여자> <4월이 되면 그녀는>
2023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
2022 <플랜 75>
2020 <유코의 평형추> <썸머 필름을 타고!>


